국내 대기업들에 최고경영진내 ''경영 분업''이 확산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복잡다단해지면서 최고경영자(CEO)가 재무 생산 마케팅 등 부문별로 담당 임원에게 전결권을 위임하는 ''부문별 최고관리자 체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 현대 LG SK 등 대기업들은 CEO는 미래 사업에 전념하고 기존 사업은 COO(최고운영관리자)에게 맡겨온 데 이어 CFO(최고재무관리자),CTO(최고기술관리자),CIO(최고정보관리자) 등의 직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e비즈니스를 총괄하는 CeO(최고e비즈니스관리자),마케팅을 전담하는 CMO(최고마케팅관리자),신규사업 발굴을 책임지는 CBO(최고비즈니스관리자)도 등장하는 등 최고관리자의 영역이 급속히 분화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윤종용 부회장과 진대제 사장,최도석 대표가 각각 CEO와 CTO CFO로 역할을 분장해 온데 이어 CBO 직제 신설을 추진중이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지난해 e비즈니스를 관장하는 CeO직제를 만들어 허기열 상무를 임명했다.

LG전자도 유영민 상무를 CeO로 임명하는 등 경영진내 분업 시스템을 강화했다.

현대전자는 경영지원부문을 책임 관장하는 CAO(최고행정관리자)직제를 신설,김병훈 전무를 임명했다.

현대자동차는 엔지니어 출신의 이충구 사장이 CTO,박완기 부사장이 CFO를 맡고 있는데 이어 팽정국 상무를 CIO로 임명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CIO직제를 만들어 김정율 상무를 보임했다.

경영 분업에 관한 한 외국계 기업들이 한 발 앞서있다.

지난해 LG전자와 네덜란드의 필립스사가 50대 50의 지분으로 합작 설립한 LG필립스LCD의 경우 CEO(구본준 사장)산하에 CSO(최고영업관리자·구덕모 부사장),CFO(란 위라하디락사 부사장),CMO(브루스 버코프 부사장),CPO(박기선 부사장),CTO(부디만 사스트라 부사장) 등 5개 부문별 분업시스템을 도입했다.

한·미 합작업체인 LG오티스엘리베이터도 CFO(존 윌콕스 부사장),CMO(한창진 이사),CIO(이상기 이사) 등 최고관리자들이 부문별로 CEO의 권한을 위임받는 체제를 운영중이다.

해외 선진기업들에서는 경영 분업 시스템이 훨씬 더 고도화돼 있다.

필립스 에릭슨 몬산토 GE 디즈니 등은 80,90년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CFO에 실무지휘를 맡겨 경영 개혁에 성공했으며 CKO(최고지식관리자)등 새영역을 계속 개발하고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 전무는 "미국의 경우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마케팅 장르가 출범함에 따라 이 분야를 책임지는 CMO 또는 CeO 직제는 이미 일반화됐으며 상장기업 중 10% 이상이 위기관리를 책임지는 CRO(최고리스크관리자)를 임명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두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부문별 최고관리자 제도는 요즘 재계에 요구되고 있는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