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위기재발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경기둔화가 개혁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도널드 존스턴 사무총장은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이 보여준 개방과 개혁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의 국내 경기 위축이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개혁속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혁을 통한 새로운 시장경제 패러다임의 정착"이 한국경제의 최대 당면과제라고 진단했다.

또 뉴라운드협상은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개시돼야 하나 개도국들이 원하고 염려하는 것에 대한 배려가 선행돼야 협상이 성공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 만난 사람 = 강혜구 파리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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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에서는 제2 경제위기 발생설이 나돌 정도로 경기상황이 좋지 않다.

지금의 한국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 존스턴 사무총장 =지난해 한국경제는 1999년의 11% 성장률에 비해 다소 둔화된 9%선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5∼6%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성장률 둔화는 내부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외부적인 요인도 컸다.

그 중에서도 국제유가급등과 반도체 가격 하락이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사회적 불안도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경제 악화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보여준 개방적 시장경제체제를 위한 의지와 노력은 매우 인상적이다.

OECD도 이 점을 높이 평가한다.

얼마전에 발표된 OECD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도 언급됐듯이 한국의 경제위기재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9백억달러가 넘는다.

이는 단기부채 총액의 두배 이상으로 1997년과 같은 환란 발생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OECD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경기둔화 때문에 현재 추진중인 개혁이 주춤거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시작한 개혁은 어떠한 이유로든 도중에 멈춰서도 안되고 속도를 늦춰서도 안된다.

최근의 한국경기 위축으로 국민들이 개혁에 대한 신뢰와 의지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 한국의 경제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존스턴 =금융부문의 개혁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위기 전에 비해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고 본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기본틀이 마련됐으며 재벌 등 대기업의 재무구조도 많이 개선됐다.

노동시장의 신축성도 향상됐고 사회안전망도 과거에 비해 강화됐다.

공기업 민영화와 수입품 규제장벽 개선은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이처럼 광범위한 개혁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점에서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

개혁이란 단시간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또 그 결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선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의 구조개혁 성과를 지금 완전히 평가하기엔 좀 이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국이 보여준 개혁노력과 의지는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현재 한국이 최우선적으로 할 일은 개혁을 통해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효율적인 개혁추진만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열쇠이며 또한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공기업 매각과 금융기관 합병을 반대하는 파업 등 구조조정과 관련한 노동쟁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데.

◆ 존스턴 =금융부문 개혁과 공기업 민영화는 차질없이 지속돼야 한다.

그래야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결국 소비자에게도 편익을 제공할 것이다.

물론 구조조정이 일시적으로 실업률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업을 두려워해 개혁을 머뭇거리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사태를 완화하기 위해선 적절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국민을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 구축은 시장경제의 주요한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1997년 위기전만해도 한국의 사회 안전망은 아주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위기로 실업자가 양산되자 정부는 노동시장 프로그램 확대와 실업자들에 대한 자금지원 등 사회안전망 지출을 늘렸다.

1999년 노동시장 지출 예산은 1997년 GDP의 0.2%에서 2.7%로 늘어났다.

이 예산의 대부분은 일시적 해결책인 취로사업과 직업훈련에 투입됐다.

하지만 이젠 사회안전망 예산을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에 효과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또 지난 10월에 도입된 ''국민최저생활 보장법''과 같은 새로운 사회 복지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게 중요하다.

적절한 사회안전망 구축은 구조조정 과정에 발생하는 사회적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노동조합의 강경한 반대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 남.북한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 존스턴 =남북경협 확대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경제개발에 매우 고무적이다.

1999년 남.북 상호교역량은 1998년보다 50% 늘어난 33억3천3백만달러에 달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북한의 3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2000년 교역량은 1999년보다 증가했을 것으로 믿는다.

또한 올해 교역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더구나 얼마전 양측이 합의한 남.북상호투자보장, 이중과세 방지, 남.북직접금융결제 등과 같은 협정은 북한의 외국인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 최근 OECD 이사회에서 차기 사무총장직에 재임명됐다.

지난 임기중 업적을 자평한다면.

◆ 존스턴 =약 4년반전 OECD 사무총장으로 부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던 일은 사무국의 재무구조 강화였다.

당시 사무국은 직원들의 연금문제와 과다한 지출로 인한 예산적자 등 심각한 재정문제를 안고 있었다.

따라서 취임과 동시에 회원국과 사무국의 조화로운 협의를 통해 인력조정과 회계개선을 추진했다.

오랫동안 회원국 분담금과 직결된 이견으로 분쟁이 있었던 재정예산 문제를 대대적인 자체 재무개혁으로 해결했다.

- 사무총장직에 연임됨에 따라 오는 2006년 5월까지 OECD를 이끌게 됐다.

차기 임기중에는 어떤 정책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

◆ 존스턴 =세계화와 지속가능한 개발 및 신경제 개발 등이다.

지금 각국 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세계화돼 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경제정책 과제들도 더욱 복잡하고 다원적이다.

이러한 이슈는 한 부처의 소관이 아니고 여러 부처와 관련돼 있다.

민간과 공공의 이해가 합쳐진 것도 있다.

따라서 OECD는 회원국 정부들의 다양한 이해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수립에 필요한 분석 방법과 도구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올해 정례 각료회의에선 지속 가능한 개발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 정책 역시 흔히 환경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한 개 부처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경제개발정책 수립을 위해선 예산을 책임지는 곳과 산업정책의 틀을 짜는 부서 등 다부처간의 공조체제가 필요하다.

- 최근 슬로바키아를 30번째 회원국으로 맞이했다.

향후 회원국 확대 계획은.

◆ 존스턴 =슬로바키아의 OECD 가입은 동유럽으로의 회원 확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는 1991년 공산권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들이 순조롭게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돕기 위한 OECD의 ''전환기 국가를 위한 파트너십'' 프로그램의 결과였다.

신규 회원국 가입은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는 OECD에 새로운 피를 수혈해 주며 동시에 OECD의 지식 재산을 축적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신규 회원국 가입은 OECD가 세계경제협력개발 포럼이라는 근본적 기능과 임무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OECD는 앞으로 새로운 국가에도 문호를 개방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와 다원적 민주주의, 인권존중이라는 OECD 가치를 존중하는 국가에 한해 개방한다는 선별적 기준에는 변화가 없다.

- 마이크 무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새로운 무역 라운드를 거론하는 등 뉴라운드 출범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OECD의 입장은.

◆ 존스턴 =OECD는 이미 1999년말의 시애틀 다자간무역 협상에 앞서 그해 각료회의에서 가능한한 이른 시일내 뉴라운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2000년 정례 각료회의에서도 이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향후 효율적 협상을 위해선 지난번 시애틀 회의의 실패를 분석하고 이를 교훈으로 활용하는 현명함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무엇보다도 개도국들이 원하는 것과 이들의 우려가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

개도국들이 다자간 무역시스템을 수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점과 함께 이들이 기술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규칙과 법 등에 대해선 법률적 지원장치를 제공해야 한다.

OECD는 이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분석과 효과적 적용을 통해 WTO 회원국들이 상호 이견을 최소화하고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또한 다자간 무역협상이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결실을 보게 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이자 과제다.

hyeku@worldonlin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