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소비산업의 기상도는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아 전반적으로 암울한 편이다.

구조조정으로 대량실업의 한파가 예고되고 있고 주가 또한 하락폭을 속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각 경제 연구소들이 내놓는 성장률 전망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고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시각은 국내보다 더욱 비관적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올 하반기 첫 서비스가 예정돼 있는 디지털 위성방송과 향후 도입 가능성이 높은 근로시간단축(주 5일제 근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소비패턴에 영향을 줄 요인들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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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비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는 저성장, 저주가, 고실업률 등 경기침체의 복합적인 측면이 두루 작용하고 있다.

또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 금지도 매장에 나오려는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내수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기지표인 경제성장률의 경우 상당히 비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는 5.3%이지만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유력한 해외 금융기관은 최저 4.0%까지 낮춰 잡고 있다.

이들 해외 금융기관의 지난해 전망치가 9%선이었음을 감안하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지난해 절반 수준에서 허덕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의 최대요인인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을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종웅 원장은 "불확실성이 계속돼 기업 자금난이 가중되고 위기심리가 깊어지면 4% 성장, 5% 이상의 실업률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금융위기가 장기화되고 실물경제 위기 및 장기침체로 연결되는 일본형 장기불황론도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구매력 역시 지난해 2/4분기부터 하락세로 반전했으며 심리적 불안요인까지 가세, 올해는 하락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KDI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3.7%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는데 머물 것으로 보인다.

99년 하반기 15%대에 육박했던 실질임금 상승률 역시 지난해 3/4분기 5.4%로 급감한데 이어 올해에는 각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동결에 가까운 낮은 인상율이 예상된다.

그만큼 봉급 생활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각박해 질 것이란 얘기다.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문제도 암울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3.4%에서 올 1/4분기에는 4.8%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 경우 실업자수는 지난해 하반기 70만명선에서 올 초에는 1백4만명으로 늘어나면서 또 다시 1백만 실업자 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올 연평균 실업률을 보더라도 경제성장률을 4~6%로 잡을 경우 3.7~4.2%에 달해 90여만명의 실업자가 항시 존재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주식시장 침체로 인한 자산소득 감소도 나쁜 요인이다.

그만큼 개인과 가계의 소비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한국투신에 따르면 내년도 종합주가지수는 4백50~8백대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경제의 향방.

미국 경제가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 등 경착륙을 할 경우 4백선도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시경제적인 요인과 함께 일부 유통 관련 법규도 소비 억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업계의 불안감을 더해 주고 있다.

올 7월부터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을 전면 금지시킨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그 대표적인 예.

이럴 경우 백화점은 3~5%, 할인점은 10~15% 가량 매출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셔틀버스 운행에 따른 집객효과가 높은 지방 할인점의 경우 30%선까지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 운수업자들의 반발로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한 경북지역 한 할인점의 경우 매출이 절반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