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유통시장에 대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라 씀씀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대란까지 대기하고 있어 일단 소비심리의 냉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될 경우 이는 생활에 큰 변화를 몰고 오면서 소비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간 여유가 생기면 그만큼 소비 패턴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상품개발 및 마케팅 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또 최근 몇년새 불어닥친 디지털 유통 바람은 거품이 꺼지면서 잠시 주춤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유통업의 주요 축으로 남아 있으리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 퓨전 업태의 확산 =업태간 영역 파괴 및 융합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채택하고 상호 유사성을 보이는 퓨전(fusion) 유통업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니즈(needs)가 다양화, 복합화됨에 따라 기존 틀에 얽매인 업태로는 이들의 입맛을 맞출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즐거움 가치 개성 디지털 등 신개념 소비패턴에 맞춰 유통업체들도 이같은 변화를 적극 수용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백화점 할인점 패션쇼핑몰 슈퍼마켓 등의 재래식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만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연승 연구원은 "최근 들어 할인점들이 앞다퉈 식당가 놀이시설 문화센터 병원 등을 점포내에 설치하고 있다"며 "결국 할인점의 장점인 저렴한 가격과 백화점의 쾌적한 쇼핑환경을 접목한 신유통이 유망업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 극복을 위한 업체간 시장 쟁탈전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업체간은 물론 신.구업태간 경쟁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돼 올해에는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할인점 시장에서 월마트 까르푸 등 다국적 유통기업들은 공격적 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쟁의 결과 할인점 시장 규모가 지난 98년 5조원에서 올해 10조원으로 두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디지털 유통의 가속화 =올해 유통산업의 전자상거래는 소비자간 거래인 B2C보다 기업간 거래인 B2B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거래인 부품공급망관리(SCM)는 유통산업 B2B의 핵심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 메이저 유통업체의 온라인 직접 진출이 가시화돼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외국계 기업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시간 소비형" 새 문화가 뜬다 =새해 소비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주 5일 근무제 시행 여부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면서도 외환위기 때와 같은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체적인 견해를 보인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주 5일 근무제 시행에 대한 희망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보다 늘어난 여가시간이 소비를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상 이 제도가 본격 도입될 경우 소비 및 생활 패턴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주 5일 근무제는 특히 방학기간 자율화를 비롯해 토요일 자율등교제 등과 맞물려 사회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 확실시된다.

레저 및 여행 관련 업계에는 더 없는 희소식이다.

또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남이 만든 것을 사던 시대에서 자신이 직접 챙기는 추세로 바뀌어 DIY 관련 산업이 크게 팽창할 전망이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의 노은정 과장은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지금까지 쇼핑 등 금전소비형 여가가 레저 여행 등 시간소비형 여가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