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은 메소포타미아를 인류문명의 발상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지역으로 꼽는다.

그중에서도 지금의 이라크 지역인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두 강 사이의 수메르에는 이미 기원전 3100년께 문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인 도시가 형성됐고 약 3백60자의 설형문자가 창안돼 쓰이고 있었다.

수메르로 불리는 이 문명은 이집트보다 1세기,인더스보다 6세기,상(商)문명보다는 13세기쯤 앞서는 인류 최고의 문명이다.

수메르문명은 19세기 중엽 설형문자가 새겨진 점토판들이 출토되고 고전학자들이 그것을 해독하면서부터 찬란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들의 이름을 새긴 원통형 도장들은 이 도시국가가 활발한 무역활동에서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점토판이나 신전의 기둥 등에는 문학적으로 성숙한 수메르인들의 신화 서사시 속담 우화들이 새겨져 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창세신화,에덴동산,노아의 홍수 이야기도 결국 수메르전설과 연관된다는 사실도 드러났고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은 그들의 신전인 우르의 지구라트(ziggurat)를 지칭한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사회개혁령 법전 학교제도 농업기술서 약처방법 천문도의 내용은 놀라운 수준이다.

1주를 7일,1년을 12개월로 하는 태음력을 만든 것이나 60진법에 따라 원주를 3백60도,1분을 60초,1시간을 60분,1일을 24시간으로 정한 것도 그들이다.

수메르문명은 아카드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페르시아에 그 문명의 요체를 전수한다. 그리고 페르시아군이 마라톤전투(기원전 490년)와 사라미스해전(기원전 480년)에서 그리스군에 패함으로써 서양으로 넘어가 유럽 문화의 토양이 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전''이 한국에서 처음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유물은 원통형인장 부적 토기 신상 등 수메르문명 유물을 중심으로 한 제네바 H.M.소장품 7백여점이다.

2001년은 유엔이 정한 ''문명간 대화의 해''다.

이 전시회가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 이해에도 한몫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민족마다 문화는 다르지만 문명의 근원은 그다지 복잡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