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현금확보,비핵심사업 정리''

재계 총수들과 최고경영자들의 신년사에서 나타난 올해 기업경영의 큰 흐름은 세갈래로 요약된다.

우선 최악의 내수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자금흐름을 개선하는 것이 기업인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또 해외투자자들의 신임을 회복해야 외자유치나 전략제휴뿐 아니라 주가관리도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위해 투명경영을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겠다고 기업인들은 다짐했다.

예년과 달리 신규사업 진출과 같은 장기전략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불확실한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등 체질개선과 내적개혁에 대한 언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난관극복을 위해선 최고가 돼야 한다=이건희 삼성 회장은 "국가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경제 난국 타개에 앞장서야 한다"며 "기술·제품·사람·경영시스템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경쟁시대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디지털 프론티어 삼성''을 새로운 화두로 삼아 차세대 디지털 기술의 표준을 선도할 것을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최고의 품질과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고객 만족을 실현하고 세계적인 빅 메이커와의 경쟁에서 이겨나가자"고 촉구했다.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은 "세계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디지털 사업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부문의 세계 1등 기업이 되는 것을 새해의 목표로 정했다.

이해규 사장은 "도약과 번영의 기회를 맞아 확실하게 1등 기업의 지위를 다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드릴십 5천5백TEU컨테이너선 등 세계 1등 제품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자=손길승 SK 회장은 21세기 세계 일류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기 위해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그 어떤 경쟁자도 모방하기 힘든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글로벌 혁신'' 마케팅 회사로 변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10억명 이상의 소비자가 밀집한 중국을 겨냥,''중국 속의 SK''로 부상하면서 동아시아의 마켓 리더로 성장하자고 말했다.

특히 국제경쟁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네트워크 경영을 촉진하자고 제안했다.

◆현금 흐름을 챙겨라=최근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두산은 ''캐시 플로 경영''을 최우선적인 경영 목표로 설정했다.

조충휘 현대중공업 사장은 "현금이 없으면 이익을 내면서도 도산할 수 있다"며 "제품 및 원자재 재고를 최소한으로 유지해 각 사업별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것"을 지시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 ''변혁''과 ''내실 경영''을 지상 명제로 삼아 역경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자고 제창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캐시 플로 경영을 위해 미래가 불확실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수익 중심의 사업구조에 역량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견실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원가 절감과 현금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투명 경영을 확립하자=유상부 포항제철 회장은 "새해에는 민영화기업으로서 국제적인 신임을 더 높이기 위해 글로벌스탠더드에 충실한 정도경영,투명경영,주주가치를 높이는 책임경영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 회장은 또 "불황에 대비해서 회사의 모든 역량을 ''고객지키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고객마케팅을 강조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