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과 혁신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조직은 어떤 것인가.

물론 조직의 리더 특성에 따라 다르다.

역사적으로 보면 ''최적의 분열''이 해답이다.

중국과 유럽을 비교해 보자.중국은 왜 르네상스 이후 유럽에 뒤처졌는가.

중국의 유교문화와 유럽의 기독교및 자본주의 전통에서 답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답은 다른 곳에 있다.

르네상스 초기,유교주의가 풍미했던 중국은 혁신과 기술면에서 여전히 세계를 선도했다.

주물과 화약,인쇄까지 혁신적인 발명품이 중국에서 탄생한 게 바로 이 시기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유럽에 선두자리를 빼앗겼는가.

1400년께 중국은 전세계 최대·최고의 선박국이었다.

당시 중국은 여느나라처럼 친해군파와 반해군파로 나뉘어져 있었다.

1433년 이후 반(反)해군파는 조선(造船)투자가 낭비라는 사실을 황제에게 확신시키는데 성공했다.

한 지역에서 선박건조가 중단되면 다른 이웃지역에서 그 역할을 대신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중국은 거대한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데다 강하게 단결돼 있었다.

선박을 건조해 해외를 개척하려는 중국 탐험가들은 황제가 ''노''라고 선언하자 지원을 부탁할 길이 완전히 막혀버린 것이다.

조선소를 모두 해체하라는 황제의 명령은 중국전역에 해당되는 것이었고 돌이킬 수도 없었다.

반면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 각국 왕조에 무려 9번이나 지원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스페인왕조의 도움으로 배 3척을 얻어 항해에 나서 미국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결과 스페인은 엄청난 부를 축척했고 11개 유럽국가들사이에 조선과 식민지 개척붐을 촉발시켰다.

유럽의 정치적 분열이 콜럼버스에게 패자부활의 기회를 줬고 경쟁을 통한 선박 확장을 촉진시켰던 것이다.

이런 원칙은 현대 산업계에도 통용된다.

실리콘밸리 기업간에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아이디어,정보,사람들이 자유롭게 흘러다닌다.

반대로 보스턴의 벤처지역인 루트128은 일본의 우유업체들처럼 비밀스럽고 단절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결과 초기 미국혁신의 산실이었던 보스턴은 실리콘밸리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IBM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중앙의 매크로 경영으로부터 독립돼 각자의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소규모 조직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사이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롭게 이뤄진다.

이런 르네상스시대 유럽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구조는 혁신을 촉진시켰다.

반면 IBM은 서로 단절된 비밀스런 그룹들로 이뤄져 있었다.

그 결과 혁신의 능력을 잃어버렸다.

5년전 루 거스너가 IBM의 사령탑으로 온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조직으로 대변신을 했고, 회생에 성공했다.

인간사회를 조직하는 수천가지의 예를 역사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과도한 단합이나 과도한 분열은 양쪽 모두 해롭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상의 조직을 만들려면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내서 경쟁하면서도 커뮤니케이션은 윤활하게 이뤄지는 그룹으로 쪼개라.이게 바로 50개 주(州)정부간 서로 경쟁하면서도 사람과 아이디어의 흐름은 주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흘러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미국의 연방시스템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리=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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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UCLA대학의 재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