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파업을 철회하고 정상영업을 시작한 국민은행 본점.

8일만에 정든 자리에 돌아온 직원들은 밀린 업무처리에 바빴다.

하나같이 "그동안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인사말로 손님을 맞았다.

한 직원은 "하루빨리 정상적인 금융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다짐했다.

외견상 파업의 상처는 그리 크지 않은 듯 보였다.

이 때문인지 정부와 은행경영진은 파업철회로 이젠 합병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지금부터다.

두 은행 노조원들은 파업을 철회했지만 여전히 이번 합병의 당위성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한 직원은 "정부가 세운 구조조정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발적인 합병이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힘과 금융혼란을 우려하는 여론 때문에 파업을 철회했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득당한 것은 아니다"는 소리도 들렸다.

다른 직원은 파업철회를 ''솔로몬의 지혜'' 이야기에 나오는 어머니 심정에 비유했다.

"은행을 살리기 위해 업무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파업과정에서 드러난 두 은행의 문화차이를 지적하며 합병은행의 성공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직원도 있었다.

"파업참여율 등에서 국민은행쪽이 훨씬 더 강한 응집력을 보였다.

행장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두 은행 직원들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파업기간중 일부 주택은행 직원들이 보인 분열적 행동에 실망했다"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은행간 이같은 조직문화의 차이는 합병이 되더라도 제대로 굴러갈지에 대한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은 외형을 갖추는 문제보다 파업의 후유증을 치유하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게 ''합병선배''인 한빛이나 서울은행 사람들의 충고다.

김상훈 국민은행장이 29일 행내방송에서 "더 나은 미래를 건설키 위해 우리의 역량을 하나로 뭉칩시다"라고 호소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빚어진 상처가 새해엔 깨끗이 아물기를 기대한다.

김준현 경제부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