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오너 전문경영인''이 새롭게 부각된 한 해였다.

그동안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의해 한 발짝 물러섰던 오너들이 경영 일선에 속속 복귀했다.

치열한 경쟁시대를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오너 체제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한편 전경련과 일부 기업에서는 오너 못지 않은 전문경영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 정몽구 회장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한 자동차 전문그룹의 체계를 확고히 다졌다.

연초 정몽헌 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3부자 동시퇴진''이라는 불리한 여건에서 출발했으나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지난 9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분리를 공식 승인받아 경영권을 확고히 장악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양재동 사옥시대를 열며 새롭게 출발한 현대차는 자동차 전문그룹이라는 모토 아래 10년내 세계 5위의 자동차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 이건희 회장 =올해는 삼성의 관리경영이 유난히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잇따른 기업 퇴출과 오랜 경쟁관계였던 현대의 쇠락은 상대적으로 이 회장을 정점으로 한 삼성의 치밀한 조직관리와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돋보이게 했다.

이는 올해 10조원대의 순익이 확실시되는 삼성그룹의 경영성과와 직결되기도 한다.

이 회장은 지난달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를 통해 내년에 7조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계획을 밝혔다.

위기를 경쟁력 차별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 최태원 회장 =최근 연말 인사를 통해 SK(주)와 SK텔레콤 등 핵심계열사 CEO(최고경영자)를 50세 이하의 신진 세대로 교체하면서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고 최종현 회장 시절 발탁했던 원로 경영진을 이선으로 배치,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에서 그룹 계열사 CEO가 참석한 캔미팅을 주재하면서 내년도 사업전략에 대해 격의없는 자유토론을 벌이는 등 젊은 세대다운 경영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친정체제를 구축한 SK텔레콤이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사업권을 획득하는 등 경영능력도 성공적으로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 롯데 신동빈 부회장 =올해 롯데 부회장으로 롯데닷컴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 전면에 나서고 있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에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지 11년 만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MBA를 받았고 노무라증권 영국 런던지점에서 국제감각을 익힌 신 부회장은 롯데의 보수적 이미지를 벗어내고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상의 유통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롯데닷컴을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등 물류채널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 두산 박용만 사장 =지난 12일 국내 기계분야의 간판기업인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두산을 총 자산 11조원 규모의 재계 10위 그룹으로 올려세웠다.

기존의 음료제조업체 이미지에서 벗어나 산업재 전문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외환위기 이전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고 (주)두산의 기계부문을 통해 제조업종에 강점을 키워온 박 사장의 승부수가 주효했던 것이다.

◆ 한국통신 이계철 사장 =한국통신을 차세대 영상이동통신인 IMT-2000 사업권과 위성방송 사업권까지 가진 공룡기업으로 변모시킨 주역이다.

거대한 유선통신망과 프리텔과 엠닷컴 등 2개의 무선통신업체를 보유한 한국통신은 그야말로 한국 통신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8년 사장 취임 이후 전체 종업원의 20% 가량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노력했다.

지난해 3천8백억여원이던 당기순이익이 올해는 1조원에 달할 전망.

임기를 석달 남겨둔 지난달 말 사임의사를 밝혀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 =숨가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재계의 대변자로 유난히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 준조세 경감,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권 연장 등에 대해 시기상조론을 펴는 등 정.재계 간담회에서 기업 입장을 앞서서 밝혔다.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전면에 나서 현대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오너의 책임경영론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