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조사에서 기업인의 절반이 "내년에 한국경제가 또다시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한 것은 저성장,국제수지불안,지지부진한 구조조정등이 겹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는 의미다.

5% 성장으론 대학졸업자등 신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힘든데다 무역수지가 가까스로 흑자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노사분규와 구조조정지연에 식상한 외국인들이 철수할 경우 ''제2의 IMF''가 불가피하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는 기업인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기업인은 국내적으론 ''저성장과 고물가''현상이 나타나면서 민생을 더욱 압박하고 구매력이 떨어져 기업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미루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총조사를 보면 1백대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은 구조조정의 성과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불만이 높으며 정부 정책의 신뢰 회복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IMF 관리와 같은 제2의 경제위기를 걱정할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며 내년도 기업경영 전략을 짜는 재계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고 경총은 밝혔다.

◆구조조정 방향은 옳지만 성과는 적다=정부 주도로 진행된 부채비율 축소,지배구조개선 등 기업구조조정의 정책 방향에 대해 최고 경영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41.8%가 ''대체로 올바르게 설정됐다''고 응답했다.

''그저 그렇다''는 36.7%였고 ''대체로 잘못 설정됐다'' 18.4%,''매우 잘못됐다'' 2.0%,''매우 올바르게 설정됐다'' 1.1% 순이었다.

반면 최고 경영자들이 구조조정의 성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추진된 구조조정의 성과에 대해 종합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 라는 설문에 대해 절반이 넘는 57.1%의 응답자가 ''대체로 낮거나 매우 낮게 평가한다''고 응답했다.

''그저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도 34.7%에 달했다.

''대체로 높게 평가''한다고 응답한 기업인은 8.2%에 불과했다.

◆노조반대가 구조조정의 걸림돌이다=최고 경영자들은 자사의 구조조정 수행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노조의 반대''(45.7%)를 지적했다.

다음으로 △제도 및 정부지원의 미흡이 21.7%,△금융경색 현상의 지속 19.6% △기타 13.0%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에는 주로 ''구조조정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최고 경영자들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로 ''정부 정책의 신뢰성 회복''(32.7%)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