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해 증시가 막을 내렸다.

유례없는 폭락장세로 기록된 한해였다.

증권거래소는 1,000포인트에서 500포인트로,코스닥은 250포인트에서 50포인트로 떨어졌으니 거의 모든 투자주체들이 엄청난 투자손실을 떠안게 됐다.

증권시장을 흔히 경제의 거울이라고 부르지만,이것이 기업의 실적,국내외 경기 흐름, 심지어 정치사회적 갈등관계까지 모두 주가에 반영된다는 것을 뜻한다면 올 한해 우리사회가 어떤 모양으로 마감되고 있는지를 증권시장이 잘 보여주고 있다고도 하겠다.

주가폭락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역시 정책의 실패를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돌아보면 경제개혁의 거의 모든 분야가 오직 증권시장에 목을 매단 형국이었고 기반이 취약한 증권시장으로서는 결국 그 하중을 견뎌내지 못한 꼴이었다.

재무구조 개선이나 벤처기업 육성은 말할 나위도 없고 금융개혁과 국영기업 민영화,심지어 중산층 재산증식까지 모두 증권시장에서 해결되어야 할 과제였다.

그러니 어느 하나 분명히 해결되지 못했고 문제와 문제가 꼬리를 물고 엉켜들면서 결과적으로 지반 자체가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기업재무 구조개선이며 벤처기업 육성정책은 특히나 증권시장에 엄청난 물량을 일시에 퍼부으면서 유동성을 고갈시켜갔다.

신기술 벤처기업의 주력시장인 코스닥은 종목별로 최고치 대비 무려 10분의1 수준으로까지 수직급락하면서 세계 증권시장 중 가장 많이 추락한 시장이 되고 말았다.

이는 소위 ''육성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투자자들 역시 갈수록 단기투자에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고 주가흐름은 초단기화해 갔다.

구조조정이 미진해 주가가 떨어지고, 떨어지는 주가는 다시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악순환도 되풀이됐다.

이는 상장기업들도 그랬지만 금융기관,특히 최대 기관투자가인 투신사들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간단없는 환매러시는 투신사들로 하여금 주식을 팔지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갔고 이는 다시 환매를 촉발시켰다.

이런 악순환이 올해 우리 증시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새해까지 끌고가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증시가 정상화되지 않고는 구조개혁 또한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 먼저 증권시장부터 안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진념 장관이 늘상 강조해왔듯이 ''체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정책수단을 개발해야겠고 기관투자가 육성이나 금융시장 정상화등 원칙에도 맞고 실효성도 있는 대책들이 나와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