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국 선전의 이웃 도시인 둥완(東莞)에 자리잡은 삼성SDI의 브라운관전자총 공장.50여명의 젊은 여성들이 운동장에 정렬,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교관인듯한 남자의 구령에 맞춰 ''차렷'' ''뒤로 돌아'' ''우향우'' 등을 반복했다.

경례할 때 구령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제식훈련이었다.

"신입사원 교육중입니다. 타성에 젖은 중국노동자들에게 한국식 군기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훈련을 받기 전과 받은 후 일에 대한 그들의 집중력 차이가 크지요"

회사 관계자가 들려주는 제식훈련 이유다.

이 공장 노동자는 약 2천5백여명.젊은 여성이 대부분인 이들은 조립라인에 앉아 하루 2교대로 일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공장의 불량률이 한국의 공장보다 낮다는 점이다.

현재 불량률은 3백30PPM(1백만개당 불량품 3백30개)으로 한국공장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들의 평균임금은 한국의 약 15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중국 노동자들이 본사 차원의 6시그마 운동도 잘 소화하고 있다"며 "어디에 공장을 세워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둥완에 있는 또 다른 한국 투자기업인 아태완구.이 회사의 한국인은 노기수 사장 한 사람이다.

그의 밑에는 5백여명의 중국인 종업원들이 있다.

그럼에도 인사관리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노 사장은 "중국 여성노동자의 손재주가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며 "성품이 순해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잘 따라온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앞으로 몇년이나 더 중국에서 버틸지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중국이 자체 디자인개발 및 해외수주 능력을 서서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노 사장의 고민은 대부분의 중국 상사원들이 공감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기술 및 마케팅 능력만 보강하면 풍부한 저임노동력을 무기로 한국을 밀쳐낼 것이라는 얘기다.

둥완 노동자가 제식훈련을 받고 있는 바로 그 시간,서울로부터는 은행노조의 파업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