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지금 원칙과 질서가 없는 혼돈의 상태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공적자금은 공짜자금''이라는 말이 있듯이,공적자금 집행에 각종 도덕적 해이 현상이 표출되고 있다.

목소리가 큰 집단적 이기주의가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금융 구조조정도 비슷한 처지다.

은행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속해 있는 금융기관은 예외가 되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수준을 넘어, 한국경제의 파탄을 초래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한국금융산업은 영광의 역사가 아니라 오욕으로 점철된 패배의 기록이다.

급속한 경제개발을 위해 민의의 대변기관인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한 시절이 있었듯이, 금융부문도 실물부문을 뒷받침하는 보조자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실물부문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회사로 삼성전자 등이 있다.

그러나 금융부문에서는 삼성전자에 필적할만한 금융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 금융산업은 전기를 맞고 있다.

이제 금융산업은 정부의 간여 속에 존재하는 서비스산업이 아니라,21세기를 이끌어 갈 전략산업으로 발돋움하여야 할 정보·지식집약산업이다.

이를 위한 첫번째 단추를 우리는 은행의 대형화에서 찾아야 한다.

부실은행들만 모인 대형화는 과거 한빛은행 사례에서 보듯이 부실의 확대재생산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량은행들간 합병을 우리는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은행의 통합 당위성으로 첫째 미국의 시티그룹 및 독일의 도이체 방크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은행을 탄생시킬 수 있다.

향후 금융위기의 방어역할을 하는 동시에 디지털 경제시대에 금융 선진화를 추진할 수 있는 선도은행을 통해 한국 금융의 국제이미지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우리 나라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스위스에서도 합병전 세계 13위 및 25위인 스위스유니언은행과 스위스은행이 합병하여 세계 2위 UBC은행이 되었듯이,은행 대형화는 세계적 추세다.

특히 스칸디나비아 및 스페인 등 소규모 개방경제국가들은 자국 은행의 생존차원에서 상위은행들간의 전략적 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셋째 세계적 추세는 겸업화 진전 등으로 인해 통합이 아니더라도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구축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은행이 통합되면 전산비용을 비롯한 고정비용절감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어 보다 강한 은행으로 변모할 것이다.

반대측 논리로 우량은행의 경우 정부간여보다 시장자율에 의한 통합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준으로 K은행 및 J은행이 우량은행인지는 몰라도, 생산성지표인 1인당 총자산 및 수익성지표인 총자산당기순이익률 등 각종지표를 가지고 시티은행의 한국지점과 비교해 보면 이들 은행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예를 들면 K은행의 총자산 당기순이익률은 0.16%인 반면 시티은행의 한국지점은 1.84%다.

따라서 K은행 및 J은행이 독자 생존해 세계적 은행으로 성장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노동조합은 이해관계자의 일원으로 합병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주주들의 의사결정이 노동조합의 의사와 다르다 하여 이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사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싸우더라도 쪽박은 깨지 마라''는 우리 나라 속담이 있듯이, 적어도 자본주의의 기본 틀은 존중돼야 한다.

오늘날 우리 금융산업은 한마디로 만신창이다.

신용금고 종금사 투신사 그리고 생보사 모두 부실의 진흙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은행 통합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연꽃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 구조조정''이라는 기나긴 터널의 끝은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leesb@e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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