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 민주당 의원 cma2000@polcom.co.kr >


한해를 보내며 휴일을 맞아 집안정리를 했다.

물건에 따라서는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도 있다.

어떤 물건은 오래 잊어버리고 지내는 친구들이나 친척의 안부가 새삼 궁금하도록 하는가 하면,어떤 물건은 식구들과의 사연을 간직한 것도 있다.

이런 저런 추억을 따라 잡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한나절이 지나버렸다.

나중엔 버리자니 아깝고 당장 쓰일 것 같지는 않은 잡동사니들의 위치를 찾다가 골치가 아파온다.

결국 조금 아깝다 싶어도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버리고 난 빈곳을 보니 허전함보다 오히려 여유가 생긴다.

지난번 인도에 갔을 때 본 하이데라바드시 의회에 걸린 간디의 사진이 생각났다.

사진 속의 간디는 절대로 근사한 모습이 아니었다.

긴 베개모양의 등받이에 아랫도리만 흰 천으로 걸친 채 깡마른 맨몸으로 비스듬히 기대고 있는 간디는 참 왜소한 모습이었다.

간디는 무소유의 모습자체로 인도의 아버지로서 그들의 정신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세계적 위인 간디를 꾸미지 않고 진면목 그대로 좋아하며 받드는 인도인들이 부러웠다.

사실 간디의 모습을 히틀러처럼 온갖 장식이 화려한 초상화로 그렸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유난히 힘들었던 올 한해를 보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꽉 채우려는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 저것 채우려다 제대로 안된다고 분노하고 실망하고 자신을 죽이기도 하는 사람들을 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애착 때문에 긴요하지도 않은 물건조차 버리기 어려운데 마음에 둔 집착을 버리기는 더욱 어렵다.

그렇지만 집착을 끊지 못하고 못다한 일,안되는 일에 미련을 계속 가진다면 새 출발을 할 수가 없다.

버리고 난 빈자리가 있어야 새것을 놓을 수 있듯이 마음도 미련을 버리고 비워두어야 새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며칠 남지 않은 한해를 보내면서 마음을 털고 비워서 새로운 생각과 각오가 하나씩 떠오를 수 있도록 ''버리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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