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사회학자의 저서가 프랑스 정.재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책은 미셀 크로지의 "프랑스는 언제쯤 열린 사회가 될 것인가". 저자는 "프랑스가 심각한 동맥경화증에 걸려 있다"고 진단한다.

프랑스인들은 각자의 이데올로기를 위해 투쟁하고 논쟁하기를 즐기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공동 선입관이란 폐쇄적 사고로 사회혈관이 마비돼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프랑스사회의 동맥경화증은 혁신과 독자성을 부정하는 엘리트교육시스템탓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프랑스 최고명문인 국립행정대학원(ENA)의 교육체계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같은 틀에서 연역법과 추상법을 배운 엘리트들은 졸업후 현실을 직시할수 없는 장님이 돼 한결같이 폐쇄적이고 자만에 빠진 관료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 "프랑스에선 왜 기업가정신이 부족한가"란 질문에서 폐쇄적 사회구조와 단체적 선입관이 혁신적 사고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에서는 기업혁신이란 말만 나와도 혹시 기업의 성공이 사회의 평등을 위협하지나 않을까 하는 논쟁이 즉시 벌어진다.

저자는 평등이 프랑스혁명의 3대 정신으로 인류가 추구해야 할 고귀한 정신이기는 하지만 절대적 진리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즉 평등이 사회.경제발전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업가정신과 경쟁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서 경제발전이 이뤄져야만 질적인 사회평등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 세계에서는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프랑스는 폐쇄적 공동선입관으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곰팡내나는 구시대의 사고방식으론 신경제로 상징되는 뉴밀레니엄시대에서 낙오자가 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15년간 계속된 구조적 실업과 불황의 늪에서 막 벗어나 호황의 열차에 오른 프랑스로서는 그의 지적이 충격적이었다.

몇달전 이 책이 선보였을 때 크로지에는 많은 이들로부터 잘 나가는 경제에 시비를 거는 심술꾼이란 오해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들어 그의 분석을 진지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파리=강혜구특파원 hyeku@c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