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초과로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최근 파탄처분을 받은 간사이흥은과 도쿄상은은 재일교포들이 세운 금융업체다.

업태분류는 신용조합으로 돼 있지만 일본 은행들로부터 문전박대 받기 일쑤인 재일교포들을 위해 태어난 이른바 민족금융회사다.

일본에 있는 한국계 신용조합은 이들 두 신용조합을 포함해 모두 34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미 12개가 파탄처분을 받은데 이어 간사이와 도쿄의 파탄으로 정상 영업중인 곳은 20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신용조합 전체 여·수신의 약 70%를 차지하는 간사이와 도쿄가 넘어짐에 따라 한국계 신용조합의 입지와 신뢰도는 오그라들대로 오그라들었다.

그동안 교포사회의 염원은 한국인들의 자본에 의한,한국인들의 은행을 세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계 신용조합들을 한데 묶고 파탄에 빠진 신용조합의 사업을 양도받아 은행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난마처럼 얽혀가고 있다.

주도세력의 진공상태와 함께 이를 대체할 신진세력을 놓고 이해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설립 주도권을 놓고 날카롭게 맞섰던 간사이와 도쿄가 한꺼번에 파탄처분을 받은 후 나머지 20개 신용조합이 합병을 서두르고 있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교포사회와 도쿄의 한국 금융회사들 사이에서는 간사이와 도쿄가 주저앉은 상태에서 나머지 중소조합들이 일을 떠맡기에는 힘이 달리지 않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래서 재일민단이 새 대안으로 급부상했지만 이 또한 고민은 마찬가지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민간기업도 아닌 단체가 중심이 돼 은행설립을 추진한다는 것이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고백하고 있다.

"서울이 도쿄에 신경쓸 겨를이 지금 어디 있습니까.

한국의 은행들도 초상집 분위기 아닙니까.

신용조합 사태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대사관 관계자의 말처럼 한국정부가 국내 문제에만 매달려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는 사이에 교포 은행설립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교포들의 한숨과 원망은 깊어지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