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전체로 11조원을 순매수하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8조6천억원을 팔아치워 대조적인 투자패턴을 보였다는 엊그제 증권거래소의 발표는 우리증시가 안고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주식 매도는 증권시장 최대 투자세력인 투자신탁사들의 기능마비가 결정적이었다고 보지만 은행 보험 증권 종금 신용금고에 이르기까지 전 금융기관들이 직면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가 주식 매도라는 형태로 나타난데 다름 아닐 것이다.

돌아보면 작년만 하더라도 바이코리아 펀드의 열광적인 판매에 힘입어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주식을 사들였지만 대우사태 후유증이 본격화되고 신탁상품 환매가 러시를 이루면서 올해는 보유주식을 무조건 팔아치울 수밖에 없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나고 말았다.

결국 30조원 이상의 수탁고 감소를 겪었던 투자신탁이 7조1천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고 증권사가 1조1천억원,보험사도 6천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은 고사하고 오히려 시장을 붕괴시키는 단초를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외국인의 매매패턴 역시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두 11조3천8백억원대의 엄청난 물량을 사들였다고는 하지만 이중 64%가 반도체 주식에 집중됐고 상위 5개종목에 투입한 자금이 9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극단적인 편향성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가 시장안정에 기여하기 보다는 삼성전자 현대전자 SK텔레콤 등 일부 종목에 집중되면서 가격구조를 오히려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었다.

기금과 공제조합이 그나마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증시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과 체신공제 등을 동원한 결과일 뿐 이를 두고 국민저축의 대부분이 연금상품의 형태로 증시에 흘러드는 선진국형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겠다.

기관투자가들이 이처럼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증권시장은 단기매매에 치중하는 개인투자지들에 의해 좌우되는 매우 취약한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비중이 72%에 달한다는 사실이 잘 말해준다고 봐야겠지만 이는 주가의 지나친 급등락을 초래하고 나아가 상장기업의 안정적인 지분관리에도 상당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음이 사실이다.

증시 안전판이기도 한 기관투자가 육성은 더이상 미룰수 없는 다급한 증시 현안임이 분명하다.

금융기관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당국도 다양한 정책대안을 서둘러 개발해야 하겠다.

그것이 증시안정의 첩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