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경기도 일산 국민은행 연수원.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노조원 1만2천여명은 사흘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노조원들은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고 판단,오전 9시께 운동장에 모여 구호를 외치며 투쟁의지를 다졌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쳐놓은 대형 천막에서 새우잠을 잔 노조원들은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물러설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천막안에서 연탄불을 피우고 잠을 자던 노조원 7명이 연탄가스에 중독됐다는 소식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날 오후 4시쯤 "곧 공권력이 투입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었다.

노조원들은 "공권력이 투입돼 해산하더라도 연휴가 끝난 26일부터 명동성당에 모여 다시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파업에 참여한 딸을 귀가시키려고 찾아온 어머니는 "세달된 네 아들이 아프다.

빨리 집에 가자"고 울면서 호소했지만 "강제합병이 철회될 때까지는 동지들 곁을 떠날 수 없다"며 파업장소를 떠나지 않았다.

또 다른 은행원은 "임신한 아내가 들어와 함께 싸우겠다는 걸 말리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들을 투쟁장으로 내 몬 합병을 발표한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전날 노조원들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고 노조원들은 이를 무시했다.

"''합병은 노사간 자율적인 협의에 맡긴다''는 지난 22일의 노사정합의를 뒤집고 기습적으로 합병발표를 했으면 은행장들이 이곳 일산으로 찾아와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은행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날치기 하듯 합병을 발표해놓고 무작정 업무에 복귀하라고 명령한다고 해서 누가 듣겠습니까" 한 노조원의 이같은 불평은 정부를 겨냥하면서 수위가 더 높아졌다.

"여기 모인 노조원들 모두가 정부 강압에 의한 합병이라고 믿고 있는데 정부는 자율합병이었다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십시오.어떻게 여기서 파업을 중단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강제합병 철회''라는 소망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기다릴 태세였다.

이상열 경제부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