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결과 기존 이동통신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SK와 한국통신이 비동기식 사업자로 결정돼 앞으로 국내표준의 주류는 비동기식으로 간다는게 분명해졌다.

이에 따라 비동기 장비시장을 둘러싸고 기술력이 취약한 국내 업체들의 대응이 시급한 현안으로 등장했다.

또 이번에 비동기식 사업권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LG의 향후 행보는 내년초 동기식 사업자 선정이 실효성을 가질지 여부와 통신업계 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IMT-2000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분명히 짚어야할 게 있다.

그것은 이번 선정작업이 우선 정부가 의도한 결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확실한 ''정책적 실패''로 기록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과 이러한 정책적 실패로부터 무슨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이다.

먼저 정보통신부 장관이 국회에서 언급했듯 기존 시장의 1,2위 사업자중 적어도 하나를 동기식으로 유도해 동기식과 비동기식을 ''균형있게''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정통부의 정책의도였다면 이는 분명히 실패했다.

그렇다면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정통부가 처음부터 그와 같은 정책의도를 관철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확고했는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부터 의지가 확고했다면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정통부는 게임으로 치면 이른바 ''스탁컬버그''게임에서 선도자로서의 위치에 있었지만 추종자들의 반응함수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정부는 경기규칙 제정자이면서도 게임의 전개양상에 따라 규칙을 계속 바꾸었다.

결국 선도자가 아니라 민간기업에 끌려다니는 추종자로서의 모습만 드러내고 말았다.

또 정통부는 심사제를 활용하지 못했다.

투명성이 다소 떨어져도 심사제를 도입하는 이유중 하나는 국가정책적 의지를 반영하는데 있다고 봐야 한다.

심사항목과 심사기준에 국가의 정책의지를 반영한다는 것은 ''공정한 심사''와 결코 배치되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같은 정책적 실패에 대해 정통부는 향후 예정된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통해 어떻게든 비동기식과 동기식의 균형발전을 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에는 현재의 조건이 매우 어렵게 돼 있다.

갖가지 방안을 가지고 LG를 동기식으로 끌어들인다 해도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 같진 않다.

그렇다면 이번 정책적 실패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우선 명백한 것은 정부가 국가경제적으로 관철시키려는 정책이 있다면 그에 걸맞은 유능함과 소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했을 때 시도한 정책은 아예 민간의 자율적 선택에 맡기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한가지가 있다.

이것은 다소 ''역설적''이긴 해도 이제는 정보통신 산업정책의 틀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는 점이다.

변화가 빠른 정보통신 산업분야에서 표준방식을 시장진입 조건으로 삼는 정책이 과연 바람직한지 따져볼 일이다.

사실 표준과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두개의 표준이 담합하거나 끈질기게 존재해 경제 전반에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지경에 이른 경우 정부는 하나의 표준으로 조정하는 데 나설 수 있다.

또한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는 표준이 혁신에 의한 표준의 등장을 부당하게 막는다면 이를 저지하거나 아예 정부가 새로운 표준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결국 복수표준은 그 자체가 목적일 수도 없고,복수표준의 지속시기를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단일표준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일 뿐이다.

하나의 표준은 또 언젠가 새로운 표준의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력이 강화되도록 ''혁신''과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데 정부는 오히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통부가 이번 IMT-2000사업자 선정을 통해 얻어야 할 또 하나의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이제는 민간의 혁신을 보완ㆍ촉진하는 ''혁신정책''과 독과점 규제,공정거래법 등 ''경쟁정책''을 중심으로 정보통신 산업정책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당면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정보통신 산업의 내실있는 발전을 위해서 더욱 중요한 일이다.

안현실 <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