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7시반.

정부와 금융노조는 한창 금융파업 문제를 놓고 밀고 당기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 난데없이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이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기자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도대체 <><><>기자가 누구요.정부가 언제 금융지주회사 편입은행들에 1년동안 회생기회를 주겠다는 제의를 우리한테 했다고 합디까.
왜 이런말을 써서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거요"

윤태수 홍보분과위원장이 뒤따라 와 말렸기 망정이지 볼썽사나운 장면이 벌어졌을 대목이었다.

이 위원장은 동료들의 제지로 밀려 나가면서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씩씩거렸다.

그는 한마디를 빼놓지 않았다.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니까.기자에게 정보를 흘려 상대방 힘이나 빼고…"

정부쪽에서 협상내용이 흘러나가자 노조측이 보인 ''극단적인 불신''의 단면이다.

이같은 극단적인 불신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 14일 같은 장소.

이 위원장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감원규모를 결정할 ''1인당 영업이익 산출방식''을 놓고 "정부가 사기를 친다"며 또 한번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조흥은행에 제시한 산출방식이 원안과 다르다는 것이다.

두번에 걸친 금융부문 특위(위원장 김황조 연세대 교수) 조정을 거친 후 정부는 "단순 행정착오였다"며 슬그머니 문제를 접었다.

결국 이같은 노정간의 불신상황은 22일 협상타결문에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는 국민-주택은행 합병건은 은행장간 자율논의 사항이지 정부가 강제한 적이 없다며 협상문에 자율합병을 명시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금융노조측은 이를 명문화할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22일 새벽 2시.

노정 양측은 11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결과 A4용지 한장짜리 합의문을 냈다.

여기에는 "7·11 노정합의 정신을 존중하여 노사간의 자율적인 협의에 맡긴다"는 문장이 포함됐다.

자율합병을 약속했지만 국민과 주택은행은 더 확실한 약속을 원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정부는 공권력 투입이라는 강수를 쓸 모양이다.

노정간 불신의 골은 깊고도 깊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