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왕 < (주)코스닥증권시장 전무이사 >

한국경제가 위기를 벗어나 지속 성장 하려면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구조조정은 크게 사업 재무 인력 구조조정 등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사업구조조정은 기업이 어떠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져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즉 사업부문 확장정책을 포기,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나머지 사업은 매각하거나 퇴출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재무 구조조정은 부채를 줄이고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기업의 재무상태를 건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부채의 출자전환 또는 자산 매각이나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부채를 줄이는 방법들이 사용된다.

또 인력구조 조정은 인력의 감축과 적재적소 재배치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그 목표다.

업무량보다 많은 직원의 고용이나 생산성을 초과한 과다한 보상은 기업의 이윤 창출능력을 약화시킨다.

이 3가지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

사업구조조정과 재무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M&A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대형M&A는 증시를 통해 이루어지고 소형 M&A는 장외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증시의 유동성이 풍부하고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잘 반영해 주면 시장을 통한 M&A의 활성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M&A가 인력감축이나 재배치를 수반한다.

그러므로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고 임금이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유연하고 경쟁적인 노동시장의 존재가 구조조정의 핵심요소가 된다.

경쟁적인 노동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한국에서 구조조정이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증시의 활성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가 IMF사태를 조기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증시활성화 덕이었고 최근 어려움을 다시 겪고 있는 것도 부분적으로 증시 침체의 결과다.

증시활성화로 증권거래소 시장에선 98년 13.4조원,99년 35.1조원 등 총 48.5조원의 증자 또는 공모가 있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99년 5.2조원,2000년 7.7조원 등 총 12.9조원의 자금조달이 있었다.

이 돈으로 기업은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구조를 부분적으로 개선했지만 불행히도 이 자금이 부채상환보다는 다른 용도에 사용되어 재무구조조정의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H그룹은 증시에서 증자를 통해 98년과 99년 2년 동안 13조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나 부채축소보다는 기업확장에 열을 올려 그룹도 어려움을 겪고,한국경제도 큰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집중적으로 공급된 60조원의 주식발행이 증시침체의 단초를 제공했다.

연초 거래소와 코스닥의 시가총액은 4백40조원이었는데,12월21일 현재 2백19조원으로 2백21조원 감소했다.

개인투자자 소유 비중이 50%정도이므로 개인들의 재산손실은 나라의 1년 예산인 1백10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개인 소비와 내수경기도 위축될 수밖에 없어 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대기업 위주의 한국 경제체제를,중소 벤처 기업과 대기업이 균형 발전할 수 있는 새 경제 체제로 만들며 벤처붐을 일으켰었다.

최근 시장 침체와 함께 모처럼 일기 시작한 중소 벤처 기업 붐이 꺼지는 듯하여 안타깝다.

중소 벤처 기업 지원 대책의 핵심부분은 코스닥증권시장의 활성화다.

코스닥시장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현재진행중인 구조조정이 성공해야함은 물론,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공모가 거품이 제거돼야 한다.

최근 공모가가 본질가치 근처에서 결정되면서 공모시장이 살아나고 이들 기업중심의 주가상승이 눈에 띈다.

또 실패한 기업 등 시장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신속히 퇴출시켜 시장을 우량한 기업위주로 운영해야 하며 공시강화를 통해 기업의 내용을 투명하게 알려 투자자가 알고 믿고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끝으로 주가감시를 강화해 불순한 주가 조작이 근절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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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고려대 영문과
△위스콘신대 MBA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제학박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