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회사들은 사상최악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단순히 매출감소에 대한 우려를 넘어 사활을 걱정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해야 살아남지만 기술능력이나 재원이 따르지 못하고 업종을 변경하자니 그것도 쉽지 않아 진퇴양난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의약분업으로 제약산업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대만의 전철을 우려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지난 98년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대체조제를 원천 봉쇄했다.

그 결과 전문의약품 시장은 완전히 다국적 제약사로 넘어갔다.

일반의약품도 10% 정도만을 국내사가 건졌다.

약값이 평균 3배 가까이 올랐지만 그 혜택은 모두 다국적 제약사가 차지했다.

국내 중견제약사의 한 간부는 "이제 복제품으로 먹고 살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수천만원을 들여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과해 품질을 인정받더라도 복제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처방전의 공개로 의사나 소비자나 ''옷'' 못지않게 약품의 ''브랜드''를 따지게 됐기 때문에 같은 효과의 약품을 저가에 공급해도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결국 국내 제약사는 신약개발로 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약개발에 돈을 쏟아부을 여력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당장 시장을 잠식당해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통제된 가격구조로 마진을 얻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C사의 L회장은 "신약개발을 하는 제약사에는 약값을 책정할 때 자율권을 주고 세금을 부분적으로 감면하는 등의 혜택을 주지 않는 한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은 기대난망"이라고 강조한다.

기술로도 경쟁이 어려워지자 일부 제약사들은 건강보조식품이나 기능성화장품 위생용품 가정용의료기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태평양제약 대웅제약 등은 올해 신규로 건강보조식품 분야에 진출했다.

중견 제약회사의 C사장은 "별다른 대책없이 몇년이 흐르면 국내의 제약기반은 대만처럼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정책적인 배려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