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家)와 그린스펀은 어쩔수없는 악연(惡緣)관계인 모양이다"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리지 않자 월가의 일부 분석가들은 이렇게 입방아를 찧었다.

당초 상당수 전문가들은 FRB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대신 통화정책기조를 그동안의 ''긴축''에서 ''중립''으로 늦추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도 월가에서 악연 운운하는 것은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기대 이상의 ''선물보따리(금리인하)''를 풀어놓을 것이라고 은근히 바랐기때문이다.

지난 98년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파산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이 경색되자 그린스펀 의장은 곧바로 3차례에 걸쳐 파격적으로 금리를 낮춰 사태를 진정시켰다.

그래서 증시침체,신용경색,경기급랭 우려에 빠져들고 있는 미경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그린스펀 의장이 깜짝쇼를 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 찰스슈왑증권 등에서는 FRB의 금리인하 시기를 공식적으로는 내년초로 예상하면서도 주요 고객들에게는 이날 금리가 인하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번 금리인하 유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전날 이뤄진 부시 당선자와 그린스펀 의장의 회동탓이라는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이 부시와 만난 후 곧바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자칫 부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금리를 내렸다는 구설수에 오를까봐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월가사람들은 "차라리 두 사람이 만나지 않았다면 금리가 인하됐을수도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90년대초 미국경제가 하강기로 접어들었을 때 재선을 앞둔 아버지 부시 전대통령은 그린스펀 의장이 빨리 금리를 내려주기를 고대했었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인하시기를 한참 뒤로 늦췄다.

그 결과 미국경제가 선거전(前)에 살아나지 못했고 이는 부시 전대통령의 패배로 이어졌다.

이번에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를 내리지 않자 부시가와 그린스펀의 악연이 다시 들먹여지는 것도 이런 연유때문인 듯하다.

박영태 국제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