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소기업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기업경영 하기가 IMF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하소연을 듣는다.

애써 만든 물건이 팔리지 않고,사업할 자금을 빌릴 수 없으며,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얼마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진 념 재정경제부 장관과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마련했다.

중소기업 지원기관들이 현장의 애로를 직접 들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자리였다.

자금난 판매난 인력난 등 각 부문에 걸쳐 많은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는 신용보증기관의 특례보증한도를 4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고,또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정부출연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으나 기대했던 근본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지금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중소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경제 전 부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단기적 미봉책으로는 해결되지도,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들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바로 경제주체들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고,미래에 대해 심한 불안을 느끼고 있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기관들은 돈이 쌓여 있어도 기업들에 빌려주려고 하지 않고,기업들은 돈을 빌리기도 어렵지만 있어도 투자하기를 꺼리며,소비자들은 돈이 없지만 있어도 쓰려고 하지 않고,여기에 대외여건까지 나빠 경기가 급속히 침체되면서 경제위기의 불씨가 자라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신뢰를 잃은 원인은 무엇보다도 ''정책의 일관성 결여와 모순''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척도로 은행을 평가하면서 기업들에 대출하도록 적극 독려하는 정책,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또 금융기관을 합병하겠다면서 조직과 인력은 감축하지 않겠다는 약속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원칙의 상실''도 한 몫을 했다.

회생 가능성 없는 부실기업의 워크아웃 지원 및 퇴출 지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식 및 채권시장은 기능을 상실했고 신용경색이 심화됐다.

사회 각 부문에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되어 가고,시장의 규율과 질서는 무너져 가고 있다.

이것이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투자와 소비의 급속한 위축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금 정부가 시급히 해야할 일은 잃어버린 정책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원칙대로 흔들림 없이 그리고 투명하게 ''4대 부문 개혁''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또 앞으로 우리 경제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인들의 투자와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게 되고,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하게 되며,사회와 시장의 규율이 바로 서게 된다.

그리고 이때 비로소 개혁의 목표인 안정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는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된다.

때문에 신뢰의 붕괴는 시장기능의 마비를 가져오고 나아가 나라의 경제를 침체시킨다.

심해지면 위기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가 제대로 되게 하려면 먼저 정책의 신뢰성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시장경제에선 경기가 경제주체의 기대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정부는 예측 가능한 시장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할 책무도 갖는다.

모험과 도전정신은 기업인,특히 중소기업인의 본질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의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스스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IMF 위기극복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이 각종 경영애로와 불안으로 꽁꽁 얼어붙어 있다.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하루빨리 정책신뢰를 되찾는 정책의 수행과 예측 가능한 시장환경을 조성하여 중소기업인들의 경영의욕과 투자심리를 복원시켜야 한다.

우리 경제의 실상을 각 경제주체에 솔직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불안심리를 가라앉히고 위기재발을 막는 길이다.

yskim@kfs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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