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통계청이 각각 내놓은 기업경기조사와 소비자전망조사에 따르면 체감경기가 2년만에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 4분기 제조업 경기실사지수는 75로 조사돼 지난 분기보다 크게 나빠졌을 뿐 아니라 내년 1분기 전망은 67로 98년 4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치로 조사됐다.

아울러 소비자전망 조사에서도 체감경기는 지난 6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여 조사가 시작된 98년 11월 이후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은 환란 직후와 비슷한 체감경기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사실 이번 통계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의 급격한 위축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없는 경고가 있어 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까지도 경기순환상의 일시적인 조정일뿐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진입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되풀이해 왔다.

최근들어서야 상황인식에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나 지금까지의 현실인식이 너무나 안이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두말할 필요없이 우리 경제의 급격한 위축은 유가·반도체 가격 불안,미국 경제의 조정 가능성 등의 대외악재에다 금융불안에 따른 자금경색과 주가하락에 따른 자산감소로 투자·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 붙으면서 초래됐다.

이 과정에서 대외적인 악재야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1년 넘게 지속된 금융불안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 왔다.

이런 점에서 우리 경제의 급격한 추락방지를 위해서는 금융불안의 조기해소를 통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투자 소비심리 를 회복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부 설명대로 최근의 급격한 투자·소비위축은 지나친 위기감으로 증폭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증시침체,채권시장 마비에다 대출시장 마저 얼어 붙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겠으며,주가폭락으로 주식가치만 GDP의 4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어떻게 소비심리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물론 최근 시행된 근로자 주식저축제도나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투자세액 공제제도의 한시적 시행,정보통신·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지원은 증시부양과 투자심리를 자극하는데 부분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얼어 붙은 소비·투자심리가 살아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경기가 더이상 급격히 추락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될 시점에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