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그로스 < 前 미 국무차관 수석고문 >

사상 유례없는 혼전을 벌였던 미국대통령 선거가 마침내 마무리됐다.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18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제43대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이제 한국인들의 관심은 부시 당선이 북·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쏠리게 됐다.

부시 정권하의 북·미관계는 앞으로 약 4주 남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잔여임기 중 북·미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달려있다.

이 기간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및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진다면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 화해정책은 되돌릴수 없는 확고한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다.

반면 대통령취임일인 내년 1월20일까지 화해를 향한 외교적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부시 당선자는 한층 신중한 대북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제거된 이후라야 북·미관계 정상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기울 것이란 얘기다.

근본적으로는 북한의 대남·대미·대일 위협을 감소시키자는 게 미국의 정책 목표다.

더 넓게 보자면 동아시아에 안정과 번영을 확립하자는 취지다.

이같은 정책기조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여부를 결정짓는데는 몇가지 요인이 작용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북한이 대미·대일 미사일 위협을 종식하는데 합의할 의도를 보이느냐 여부다.

얼마전 미국 정부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북·미 미사일협상이 기대 이상의 진전을 이뤘으며 합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웬디 셔먼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이 북한을 방문,세부일정에 합의한 뒤 클린턴 대통령이 1월7∼11일까지 방북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요인은 협상에 임하는 한국정부의 자세다.

김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면담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앞당기고 또 동아시아 안보를 증진시킴으로써 지역안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이런 견해는 분명 클린턴 대통령의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한국의 전쟁위협 감소를 원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화해를 향한 발걸음이 멈추거나,늦춰질 경우 남북 긴장관계가 악화될 것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김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확신만 서면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북한과의 화해 외교가 중단된다면 부시 당선자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과연 효과적인지 재검토할 것이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가 지난 99년 9월에 나온 ''페리보고서''를 기초로 ''중도적''외교정책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페리보고서하에서 미국은 외교적 수단을 통한 ''상호 위협 감소''라는 방식으로 핵심 안보문제를 다뤄왔다.

이를 통해 미국은 북한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동시에 외교적 압력도 넣었다.

만약 부시 당선자가 취임할 때까지도 화해의 계기나,화해가 가져다 줄 안보상 이익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다면,그는 북한에 대한 강경노선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화해무드가 미국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북한 정권의 군사력을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부시 당선자는 북한이 상호 긴장완화와 무기감축 협상,한반도 군사대결 종식을 위한 협상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이럴 경우 부시 당선자는 북·미관계 정상화에 앞서 미사일 프로그램을 줄이고,제네바 합의사항의 이행의지를 확실히 보여달라고 북한측에 압력을 넣을 것이다.

공화당내 보수주의자들의 우려와 의구심에 부응해 부시 당선자는 북한의 대미 위협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모든면에서 볼 때 부시 당선자의 대북 정책 향방은 향후 4주간의 진전상황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다.

이 기간 차기 행정부가 대북 정책 기조를 잡는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리란 사실도 분명하다.

dongross61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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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미국 시카고대학 로스쿨 졸업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법령문제 담당국장
△현(現)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