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서 일하는 거요. 그것은 짜릿하고 재미있는 일이더군요"

인츠닷컴 주균(43)상무는 4개월여 동안의 짧은 벤처기업 경험을 이같이 표현했다.

지난8월 한빛여신전문(옛 한일리스) 홍콩 현지법인장을 그만두고 귀국하자마자 인츠닷컴과 인연을 맺은 주 상무에게는 큰 임무가 맡겨졌다.

바로 코스닥 등록을 위한 준비작업과 미국 나스닥에 백도어리스팅(Back Door Listing.우회등록)을 추진하는 일이었다.

당초 올 7월에 코스닥에 입성하려던 계획이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내년 하반기로 연기되면서 주간사 선정을 비롯한 사전 정비작업이 주 상무의 첫번째 임무로 결정됐다.

이와 함께 미국 나스닥에 우회등록을 추진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외국에서 돌아온 직후 새 직장에 출근하게 됐고 출근과 동시에 바로 밤낮없는 강행군이 시작됐어요"라고 말한 그는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미국업체 관계자들과 우호적 인수합병(M&A)을 위한 협상을 벌이느라 호텔 방에서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이기 일쑤였죠"라고 회고했다.

첫번째 임무는 잘 마무리한 그였지만 두번째 작업은 주주들의 반대 등으로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낙담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지난 9월말 또 다른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 모 업체가 인츠닷컴에 적대적 M&A를 시도해왔다.

회사측은 곧바로 방어에 들어갔다.

피를 말리는 싸움 끝에 지난달 초 열린 임시주총에서 현 경영진들은 주주들로부터 재신임을 얻었다.

서강대 독문과와 MBA과정을 마친 주 상무는 제일씨티리스에 입사,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한일리스로 자리를 옮긴 그는 자금부장,싱가포르 현지법인장,홍콩 현지법인장 등을 거쳤다.

한때는 2억5천만달러규모의 자산을 관리했다는 그는 스스로를 재무관리 전문가로 소개했다.

주 상무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도전정신을 발휘해 보고 싶어 벤처기업에 합류했다"며 "리스업계에서 쌓은 재무관리 노하우를 벤처기업에 나눠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묻지마투자'' 등으로 돈이 넘쳐나는 것을 경험한 국내 벤처업계는 재무관리 부문에선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은 시장상황과 주주들을 고려해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때문에 인츠닷컴 역시 인터넷 업체들이 당분간 커다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과도기에 필요한 다양한 수익모델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