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등 6개 부실은행의 기존 주식을 전량 소각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고민 끝에 내려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전액 감자는 소액주주는 물론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은행직원들에게도 적지않은 재산상의 손실을 끼치는 것이지만, 이런 방법이 아니고는 7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혈세투입이 법적·도덕적 정당성을 얻기도 어려울 것이다.

외국인들에게 국내 소액주주와 동등한 전액 감자 원칙이 적용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해외 DR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지만 만에 하나 이들이 우월적인 협상력을 이용해 특별한 대우를 요구한다고 해서 이를 용인해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할 것이다.

당국이 실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자본 전액 잠식 상태''라고만 발표하고 있는 것은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감스런 일이지만 기존 주식을 전량 소각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면 한빛 등 6개 부실은행의 부실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이해할 만하다 하겠다.

문제는 소액주주의 희생을 대가로 공적자금을 수혈받게 되는 이들 은행들이 과연 이번에야말로 순조로운 정상화 과정을 밟을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당국의 계획은 연내에 공적자금의 70% 이상을 투입해 은행별로 클린화를 달성한 다음 내년 2월까지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재무구조도 건전하고, 덩치도 1백조원이 넘는 초대형 은행을 출범시킨다는 수순으로 짜여져있지만 전도가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자금 투입 규모와 전액 감자 문제 만도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7조원을 투입해 BIS비율을 10%로 높이고,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6%로 낮춘다는 설명이지만 이 규모로 과연 충분한지 어떤지는 아직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감자문제 또한 논란이 적지 않다.

전액 자본 잠식이라면 전액 감자가 당연하다고 보지만 은행측의 공시자료만 믿어왔던 소액주주와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당국의 충분한 해명도 있어야겠다.

이는 또 이들 은행에 1차분 8조원 등 모두 15조원을 투입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에 대한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노조의 반발 역시 임기응변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가 ''인력감축은 없다''며 미리부터 타협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그런 면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당국은 이제는 더 시간이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되 원칙과 법에 따라 하나씩 매듭을 지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