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공적자금 투입대상은행에 대해 전액 감자(減資.자본금줄임) 명령을 내림에 따라 해당 은행들이 주주들의 항의와 직원들의 사기저하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빛 평화 제주 광주 경남 서울은행 등 6개 은행 직원들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일손을 잡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이들 은행 직원들은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면 추가 감원 가능성이 있는 데다 우리사주로 보유한 주식마저 휴지조각으로 변하자 깊은 허탈감에 젖어 있다.

한빛은행의 한 직원은 "1998년에 10대 1 감자를 당했을 때는 남은 주식이 있어 손실만회의 한가닥 희망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 1인당 우리사주를 평균 1천주 이상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빛은행 직원들은 우리사주를 7천5백원에서 1만9천원대에 샀다.

평균 매입가격을 액면가(5천원)로 본다고 치더라도 직원이 쏟아부은 돈은 5백억원이나 된다.

주식매수청구가격이 3백원에 결정된다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30억원에 불과하다.

모두 4백7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는 셈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10대 1 감자를 당한 데다 매입가격도 5천원 이상인 경우가 많아 손실폭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평화은행의 경우 지난 9월말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16만4천주를 보유하고 있다.

8억2천만원을 투자한 것이다.

이번 감자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가격이 1백원대라고 가정하면 8억원 가량을 공중에 날리게 된다.

평화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유상 증자를 실시하면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우리사주를 4천∼5천주씩 액면가로 사들였다"며 "대출받아 산 직원들은 울상"이라고 말했다.

광주 제주 경남은행 등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지역주민들의 애향심에 호소해 유상 증자를 실시했던 이들 은행은 주주들의 문의전화에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감자는 없다더니 어찌된 일이냐는 항의전화가 많다"며 "주식매수 청구금액도 결정되지 않아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난처함을 호소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지난 9월말 은행들이 경영개선계획을 낼 때 광주와 제주은행을 제외하고는 전액 자본잠식이 된 곳은 없었다"며 "어떻게 해서 두달 사이에 전액 자본잠식이 됐는지 금감위가 추가로 실시한 실사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