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을 투자한 뒤 8년동안 매매한번 하지 않았는데 겨우 1백20만원밖에 남지 않는다니 말이나 됩니까"

6개은행의 완전 감자(자본금감축)가 발표된 18일.평화은행의 소액주주인 이 모(51)씨는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하소연 반,정부와 은행에 대한 원망 반''의 전화였다.

이씨가 평화은행 주식을 샀다가 9천8백80여만원을 손해보게 된 경위는 이렇다.

이씨는 평화은행이 설립되던 지난 92년 중소기업 중견간부로 일했다.

이씨의 회사는 평화은행 주식모집에 참여했다.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이씨는 덜컥 1억원의 전재산을 털어 2만주(주당 5천원)를 사들였다.

그러나 웬걸.지난 98년10월 평화은행은 2.73대 1로 감자를 실시했다.

이씨의 주식중 64%는 허공에 날아가고 7천3백주만 남았다.

''한번 감자를 당했으니 주가가 오를 일만 남았다''고 굳게 믿은 이씨는 남은 주식을 움켜쥐고 있기로 했다.

그러나 18일의 완전감자 결정으로 이씨의 주식은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주당 1백66원으로 결정된 매수청구권을 행사해봐야 손에 쥘수 있는 돈은 1백20여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한빛은행 중견간부였던 박 모(49)씨도 사연이 기구하긴 마찬가지다.

2대에 걸친 은행원이던 박씨는 합병전 상업은행에 다닐때 여유자금이 생기는 대로 은행주를 샀다.

이렇게 모은 주식이 2만7천주.평균 매입가는 주당 6천7백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98년 한일은행과 합병을 앞두고 9.98대1의 감자를 당했다.

남은 주식은 2천7백주.은행주라면 쳐다보기도 싫었지만 작년 ''은행주 사모으기 운동''때 한빛은행주 2천주(평균 주당 5천9백원)를 또 샀다.

총 투자금액은 1억9천여만원이나 됐지만 건질수 있는 돈은 1백60여만원(매수청구가 3백40원 적용)으로 쪼그라들었다.

비단 소액주주만이 아니다.

6개은행 직원들도 퇴직금 한푼 건지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뒤통수를 맞은 순수한 투자자들에게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정부와 은행경영진이 답해야 할 것 같다.

하영춘 증권1부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