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21세기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미국민의 "반쪽"밖에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부시 당선자는 흔히 새 대통령들이 즐겨온 "허니문 기간"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경제가 예전같지 않다.

성장률 둔화와 침체된 주식시장 분위기는 물론이고 중동 위기와 유가 불안, 아시아 남미경제의 침체 등 그가 손봐야 할 "미국밖 의제"는 국내 정치만큼이나 도전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은 미 경제전략연구소(ESI)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소장으로부터 부시 당선자 앞에 놓여 있는 대내외 도전의 성격과 그 전망을 들어 보았다.

< 만난 사람 = 양봉진 워싱턴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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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당선자는 ''많이 위축된 경제''를 넘겨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프레스토위츠 소장 =그렇다.

미국 경제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재임 때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4.2%의 성장을 기록했고 그리고 올해에는 성장률이 5.2%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는 지난 95년 이래 가장 낮은 3%대로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신규 수요가 줄고 있을 뿐 아니라 비(非)하이테크산업의 생산도 올 1.4분기부터 현저히 줄기 시작했다.

당연히 증시 분위기도 한풀 꺾여 나스닥지수는 3,000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

기업들의 높은 부채비율 또한 우려의 대상이다.

-이같은 전망은 선거기간중 쟁점이 돼온 재정흑자처리 문제에 대한 논쟁의 성격도 바꿔 놓을 수 있으리라 여겨지는데.

▲프레스토위츠 소장 =경제가 위축되면 세입도 줄게 되고 따라서 재정흑자에 대한 전망치도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늘어나는 흑자를 전제로 했던 부시의 감세정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회안전기금 건강보험 등 정해진 수준의 서비스를 정부가 유지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경제의 경.연(硬.軟)착륙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프레스토위츠 소장 =경제가 경착륙(hardlanding)한다는 얘기는 비행기가 부서져 수리해야 하는 기간, 즉 침체(depression)가 길어지고 따라서 그 여파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우리는 경제의 확장속도를 줄이되 비행기가 부서질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지 않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를 조종하는 것은 앨런 그린스펀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몫이다.

다행히 FRB는 경제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인 금리 인하의 여유를 많이 가지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은 미국 경제가 경착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침체를 보이고는 있으나 일본처럼 부동산가격 폭락과 이로 인한 은행 몰락과 같은 현상은 없어 상대적으로 나은 여건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늘어나는 무역적자는 부시 행정부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프레스토위츠 소장 =지난 9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3백40억달러에 달했다.

연간규모로 환산해 보면 큰 숫자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큰 위협은 아니다.

국내총생산(GDP)의 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의 해외자금 유입 없이 무역적자만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해외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미 소비자들은 외국에서 만들어진 값싼 물품에서 많은 득을 보고 있다.

물론 적자라는 용어가 정치인들의 민감한 신경을 자극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하고 있는 미국의 노선을 바꿔야 할만한 의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렇지만 중국과 일본에서 발생하는 무역적자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이 많은데.

▲프레스토위츠 소장 =중국과 일본에 대한 구조적 무역적자는 문제다.

그러나 이것도 속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간다.

중국의 경우 많은 미국기업들이 진출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한 결과 빚어진 것도 많다.

다시 말해 중국에 진출한 미 기업들과 미 시장간의 거래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는 뜻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부여를 통해 미국이 추구하는 대가는 무엇인가.

▲프레스토위츠 소장 =중국은 그동안 많은 개방을 해왔다.

하지만 서방세계의 기대치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특히 환경 및 노동여건 등의 개선과 통신 금융 등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도 개방을 더 확대하는 상호주의원칙을 지켜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설정한 대아시아 정책 우선순위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프레스토위츠 소장 =클린턴 행정부만큼 아시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행정부도 없었다.

그것은 아시아가 차지하는 정치 경제적인 중요성에 비춰 당연한 추세였지만 중국 일본 한국 등 극동아시아는 물론 최근 클린턴 대통령은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하고 베트남까지 방문, 새로운 출발을 다짐함으로써 미국의 대아시아 중시정책을 과시했다.

통계적으로도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대학생 24만명이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고 지난 92년부터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체결한 무역관련 협정은 무려 1백개에 이르고 있다.

부시와 그 경제팀이 이같은 흐름을 거스를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보며 따라서 부시도 아시아 중시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의 무역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무엇인가.

▲프레스토위츠 소장 =한국은 그동안 꾸준히 개방을 추진해 왔다.

자동차에서부터 쇠고기 철강, 그리고 통신시장 개방과 관련해 클린턴 대통령 재임중 미국은 한국과 13개의 협정을 체결했다.

이같은 양측의 노력에 따라 한.미간 마찰은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수출품이 섬유제품 등에서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으로 바뀐 데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동차 부문에서 무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여기저기서 듣고 있다.

소비자들이 대형 수입차를 꺼리는 이유가 세무당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를 시정하는 것은 한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반도체 또한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면 주목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에 도움이 되는 형태의 거래가 이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본다.

-IT 발달이 세계무역의 형태와 구조를 바꿔 놓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프레스토위츠 소장 =사실 그렇다.

최근 샬린 바셰프스키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적했듯이 클린턴 행정부는 IT시대에 맞는 새로운 무역의 틀을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새 정부를 이끌 부시 당선자도 이같은 클린턴의 기본틀을 그대로 이어받아 추진할 것으로 본다.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프레스토위츠 소장 =IT 발달과 이에 따른 무역환경 변화는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새삼 높여 놓고 있다.

아울러 IT기술 제품에 대한 관세제거 또한 중요한 의제일 뿐 아니라 인터넷이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는 통신시장 등 하이테크 서비스교역시장의 개방확대 문제, 전자상거래의 비관세화 문제 등이 주요 의제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이 제2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프레스토위츠 소장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자만심이 너무 빨리 자리잡은 데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본다.

환자는 완치됐더라도 회복기에는 매사 조심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병이 나았다고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면 탈이 나기 쉽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정부개혁과 구조조정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근간이 되는 시장경제원칙을 철저히 채택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은 정부 부문의 개혁과도 보조를 같이해야 하는데 한쪽에 치우친 구조조정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기득권층의 저항도 적지않은 장애물이지만 어떤 개혁이든 희생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북한이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서방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무역 부문에서의 전략은 무엇인가.

▲프레스토위츠 소장 =미국의 대북관계는 군사와 외교 면에 치중돼 있다.

이런 선결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역 부문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더욱이 북한 경제가 거의 빈사상태인 점에 비춰 미국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북한의 노동력이 양질인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관심을 끌지도 모르는 일이다.

yangbong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