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각 분야가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서도 사설 경비산업은 고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주목된다.

학교, 그것도 코흘리개들의 배움터인줄 알았던 초등학교에서마저 치명적 폭력사건이 속출하며 이젠 교정마저 경호사업의 당당한 무대로 부상하고 있을 정도다.

이대로 가다간 다른 선진국이나 러시아처럼 한국에서도 민간 경비업계가 공공 치안기관을 압도하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지만, 사업자 입장에선 호기를 만난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비회사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시큐리타스(Securitas AB)다.

올해 모두 21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세계 32개국에서의 사업으로부터 6조6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3천억원이 넘는 세전 순이익을 낸 시가총액 10조4,400억원 짜리 회사다.

금년 8월까지만 해도 시큐리타스는 매출액으로 따져 일본 세콤그룹의 80% 정도에 머물렀으나 지난 8월 3일 시카고에 본사를 둔 미국 최대 경비업체, 번스 인터내셔털 서비스를 인수 합병하며 단연 세계 선두주자가 됐다.

시큐리타스는 이에 앞서 지난해 3월엔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사설 탐정 및 경비업체이자 당시 미국 2위 업체였던 핑커톤을 인수 합병했고 같은 해 후반에는 APS와 퍼스트 시큐리티도 인수했다.

이런 일련의 M&A를 통해 시큐리타스는 설립 66년만에 유럽시장에 이어 세계 최대인 미국 시장에서도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시큐리타스도 세계 시장 점유율 면에서는 고작 7%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경비산업계가 아직 얼마나 조각조작 분열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시큐리타스 자신도 수많은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지만 그 모든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지 않고 느슨한 연합체처럼 운영하고 있다.

합병된 핑커톤과 번스 인터내셔널 모두 별도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경비산업에선 그만큼 조직 구성원들끼리의 신뢰와 성격적 융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재계에서 최고의 첩보 및 경영간부 경호 서비스 회사로 알려진 크롤-오가라가 합병 3년만에 최근 결국 다시 갈라서기로 결정한 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경비경호서비스:경보장비:현금호송서비스 비중이 72:16:12인 시큐리타스는 앞으로 장비 쪽에 더 역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전세계 경비경호 서비스 시장과 장비시장이 9:5의 비율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세콤이 30년 이상 앞서 눈을 떴던 점이다.

대신 시큐리타스는 단순 경비 수준 이상의, 여느 정부 수사기관에도 뒤지지 않는 첨단 수사능력과 글로벌 첩보수집 능력, 또 회계와 법무에 이르는 전문지식 등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오늘날 사설 경비업계에서 흥미로운 것은 어느 특정 업체의 동향보다는 업계 전반의 분위기다.

이는 특히 지난 11월 10일 세계 50여개국 경비업체들이 태국 방콕에 모여 세계보안연합회 발족에 나선 것에서 확연히 느껴진다.

이들은 여기서 지금과 같은 초고속 성장세를 계속 향유하자면 글로벌 스탠다드를 수립해 모두 이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17세기초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인도와의 무역 독점으로 번성했던 영국 동인도 회사가 자신의 사병, 30만 대군을 거느리고도 오히려 그것 때문에 몰락한 것은 사설경비대의 도덕적 타락 때문이었던 만큼 현대 경비업체들도 모종의 자율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오늘날 번창하는 사설 경비업에 문제가 많다는 말로 들린다.

전문위원.經營博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