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만큼 모호하고 또 복잡한 동기를 가진 행위를 어떤 단일 이론으로 정립시킨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벌써 오래전부터 학자들은 자살에 대한 이론을 정립시키려 노력해 왔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자살이 구제불능의 도덕적 죄악이라는 과거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실업이나 출산의 경우처럼 치료될 수 있는 ''사회적 질병''이라는 길을 열어 놓았다.

그 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타인을 살해한다거나 최소한 타인이 죽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 보지 않은 사람은 자살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자살이 전이된 적대감에 불과한 병이라는 이론을 세우고 연구를 계속해 자살예방의 심리요법을 제시했다.

오늘날도 유용한 치료법이다.

사회학자 심리학자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살은 국내에서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주에는 처음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2명의 대학생이 동반자살을 했는가 하면 역시 자살사이트에다 자살 희망자를 모집해 돈을 받고 그 중 한명을 살해한 젊은이가 구속돼 충격을 주고 있다.

희망자 3명을 더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니 영화나 소설에서도 보기드문 끔찍한 일이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틈에 가상공간에서 ''환상적 자살 파티''가 벌어지고 ''청부자살''이 실현되고 있었던 셈이다.

이들이 이용한 사이트는 지난달 초에 열린 것인데 그동안 5만여명이 접속했다니 놀랍다.

현재 국내에는 30여개의 자살 사이트가 개설돼 있고 모두 자살방지 상담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흥미위주로 자살미수경험 자살방법까지 자세히 싣고 있어 오히려 청소년층의 자살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기회에 인터넷 자살사이트의 수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겠다.

심리학자인 메닝거는 자살충동을 느낄 때는 죽이고 싶은 욕망, 죽임을 당하고 싶은 욕망, 죽고 싶은 욕망 등 복합적 심리에 사로잡힌다고 했다.

자살경험에 대한 글을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이 분별없이 읽으면 그런 욕망에 빠지기 십상이다.

''하이테크의 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그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진다''는 존 나이스비츠의 경고가 실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