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큰폭으로 하락하는 등 국제경제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점이 여전한 걱정거리라 하겠으나 이는 동시에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악재로만 해석될 수는 없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우리경제의 숨통을 짓누르듯 악화일로를 걸어온 대외경제 여건이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국제 경제 흐름은 비상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락기조로 돌아선 국제유가만 해도 그렇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중순 한때 배럴당 31.93달러까지 치솟은 다음 계단식으로 떨어진 끝에 지난 14일 19.10달러, 주말에는 21달러대에서 거래되는 등 안정세를 뚜렷이 하고 있다.

WTI(서부텍사스중질유) 등도 일제히 30달러 이하로 내려섰으니 지난달 중순까지의 초고유가 행진은 일단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고유가로 고통받아온 우리로서는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라 하겠다.

미국 경제의 부진한 성적표도 주목거리다.

지난주에 발표된 각종 미국 경제지표들은 일제히 인플레 진정과 성장 둔화, 생산활동 감소를 보여주고 있어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예를들어 11월중 물가는 0.2% 상승에 그쳤고 실업률이 4%대로 올라선 한편 생산이 0.2% 감소하는 등 미국 경기 역시 빠르게 위축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경기의 후퇴는 걱정스런 일이 분명하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려 왔던 FRB가 앞으로는 금리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인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해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도 하겠다.

부시정권의 출범과 함께 미국 FRB가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해 간다면 올들어 추락세를 거듭해 왔던 세계 증권 시장 역시 어느정도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점차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세계 증시와 뚜렷한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증시 역시 내년에는 안정을 되찾을 만한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같은 최근의 변화들을 우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합병문제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금융시장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구조조정을 조기에 매듭짓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급선무라 하겠지만 최근의 국제경제 기류 변화를 충분히 감지하고 이에 걸맞은 거시경제 운용전략을 마련하는 일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