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민심을 다시 잡아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모리 요시로 총리와 내각에 대한 일본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3차내각 발족 후인 지난 주말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의 75%가 "총리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다"며 반(反) 모리 정서를 분명히 했다.

신임 각료들에 대해서도 ''불만''이라는 답이 61%나 나왔다.

이런 가운데 모리 총리가 참석한 공개정책회의가 최근 열렸다.

장소는 도쿄도심의 한 호텔.일본신생(新生),즉 일본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현재의 문제점과 처방을 함께 진단하고 모색해보는 회의였다.

당연히 회의장은 엘리트학자와 기업인 각료들로 가득찼다.

이날 회의는 일견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세미나나 공개토론과 비슷했다.

그러나 진행 스타일 등 몇가지 점은 눈을 의심할 정도로 달랐다.

국가원수가 참석했음에도 불구,회의장은 고작 1백30평 정도에 불과했다.

외국기자의 입장도 별 제지를 받지 않았다.

리시버를 낀 경호원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검색절차도 없었다.

10m 안팎의 근접 거리에서 취재해도 제약을 받지 않았다.

놀라운 점은 토론 참가자들의 면면에도 있었다.

17명의 토론 참가자중 4명은 외국인이었다.

미국과 홍콩 영국 태국의 학자 및 관료들이었다.

이들은 일본의 경제엘리트들과 마주 앉아 거침없이 비판하고 의견을 개진했다.

다른 일정때문에 도중에 자리를 뜬 모리 총리는 주위에 목례한 후 ''소리없이'' ''허리를 낮춰'' 미안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주변상황과 진행 스타일로만 봐서는 국가원수가 왔다간 것을 알기 어려웠다.

개각을 했어도 모리 총리와 내각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평가는 여전히 얼음장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났다지만 국민들은 경제가 어디로 굴러갈 것인지 불안에 싸여 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한가지 메시지를 암시했다.

지도자가 몸을 낮추고 외국인의 쓴소리도 겸허하게 받아 들이려 하는 한 일본경제의 앞날이 그렇게 걱정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