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깊은 마포종점,갈곳 없는 밤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곳 없는 나도 섰다….저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아련한데…''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은 전차가 땡땡거리고 여의도에서 비행기가 뜨던 1960년대 후반 서울의 모습을 전해준다.

30여년 전까지 시골은 물론 서울 변두리 사람들의 삶은 곤궁하기 짝이 없었다.

몽당연필을 볼펜끝에 끼워쓰고 그림물감 사기가 어려워 형제가 여럿인 집에선 같은날 미술시간이 들어있으면 한사람은 그냥 등교해야 했다.

겨울이면 연탄가스 중독사가 주요뉴스였고, 집집마다 세숫비누를 아끼려 한쪽면에 은박지를 붙이고 줄에 매달아 썼다.

텔레비전은커녕 FM라디오도 귀하던 시절 놀이라곤 땅따먹기 고무줄 공기놀이 딱지치기등이 고작이었다.

60년대초 운동화가 나왔지만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양말도 없이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KBS2가 ''검정고무신''이라는 만화영화를 내보낸다는 소식이다.

60년대말 서울 마포를 배경으로 장난꾸러기 초등학생 기영과 형 기철이 땡구라는 개와 함께 벌이는 일을 다룬다고 한다. 최신형 변신로봇 대신 찢어진 고무신 사이로 비어져 나온 발가락, 걸핏하면 쾅쾅 두들겨야 하는 흑백 텔레비전등으로 엄마 아빠의 가난하던 어린시절 얘기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국희'' ''은실이'' ''덕이''등 복고풍드라마에 이은 향수자극용 만화영화인 셈이다.

TV의 애니메이션시리즈는 은연중 아이들의 정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수 있다.

가족애 협력 우정 용기 질서등의 주제가 중시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국내 TV애니메이션의 대종을 차지해온 일본물은 권선징악적 내용이라도 귀신과 칼싸움 이야기가 많고 음모와 암투를 그대로 펼친다.

청소년용인 ''인랑''만 해도 살인기계로 연마된 특공대를 주인공으로 삼는 식이다.

재미있지만 끔찍한 대목들이 아이들 의식에 미칠 결과는 걱정스럽다.

''검정고무신''은 1백% 국산 애니메이션이다. 모쪼록 재미있으면서도 소유보다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으로 어른과 어린이 시청자 모두의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