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 SK생명 대표이사 wspark@mail.sklife.co.kr >

요즘 ''힙합 패션''이라는 게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한다.

머리에 물 들이고 헐렁하게 옷을 입는 아이들을 보면 ''참 별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들의 자유분방한 개성표현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나의 청년기였던 60년대는 청바지가 요즘의 힙합처럼 젊음과 새로움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입는 옷이지만,그때만 해도 어른들을 매우 못마땅하게 만드는 차림새였나 보다.

비교적 개방적 사고를 지녔던 나의 부모도 ''사람이 가벼워 보이니 청바지만은 입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1965년으로 기억된다.

가수 윤복희씨가 소위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왔을 때였다.

TV에 윤복희씨만 나오면 아버지와 나는 서로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어색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나에게는 신선한 모습이었지만 아버지에겐 받아들일 수 없는 문화적 충격이었으리라.

''세상이 망조가 들었구나''하고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시대 젊은이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던 것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고 있을 뿐이었음을-.

단지 그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일 줄 아는 젊고 개방적인 사고가 처음에는 도발적인 망종과 개인주의로 비쳐졌기 때문이리라.

문득 요즘 내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행''이란 것들을 떠올려 본다.

혹시 나도 근시안적 눈으로 그들을 재려하고 당장의 낯설음으로 그들 내부에 존재하는 변화의 기운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되짚어 본다.

어차피 21세기는 그들이 주도해 나가야 한다.

물론 나 또한 21세기 시대의 문화를 향유하고 싶다.

낡고 구태의연한 것보다 기왕이면 새롭고 발전하는 문화를 즐기며 21세기 시민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런 욕심을 채우려다 보니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을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젊은 사고,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항상 두렵다는 뜻으로, 늘 나를 긴장시키고 새로운 것들을 습득하려고 끝없이 노력하도록 만든다.

잠시라도 지체해서 빠르게 변하는 시대흐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구세대''''쉰세대''소리를 들으며 도태되어 버릴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시민권은 얻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