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 위원회의 일부 의원들이 "과학기술 산업화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기술산업화법)"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이 법안의 대부분은 이미 민주당 당론으로 결정돼 지난 1월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주도로 제정된 "기술이전 촉진에 관한 법(기술이전법)"및 98년도의 "산업기술단지 지원특례법"과 사실상 중복이다.

여기에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주무부처 장관"에 관한 것이다.

즉 기술이전법이 "산자부 장관은..."으로 시작한다면,기술산업화법은 "과기부 장관은..."으로 시작한다.

국가차원의 같은 사업을 두고 기존 산자부 주도의 법에 대응해,과기부가 주도권 탈환을 노린 법안을 낸 셈이다.

물론 작년에 기술이전법 제정 과정에서 산자부와 과기부간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있었고,법이 제정된 뒤에도 과기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연구소 및 산하기관의 비협조가 공공연한 비밀이고 보면 이상할 게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처간 다툼이 정책차원을 넘어 이제는 국회에서 "법에는 법으로"의 양상을 보이고,더구나 산업성장의 원천이라는 과학기술을 두고 벌어지고 있다면 이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백번 양보해 여러 부처가 기술의 산업화 촉진에 나서야 할 정도로 국내에 미활용된 연구개발 성과가 엄청나게 많다면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더욱이 연구성과가 과거와 달리 어떤 식으로든 실용화로 이어질 기회가 많은 환경이고 보면,앞으로 우리의 위기는 정작 기술창출 자체의 능력이 고갈되는 데서 올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지금 부처간 대립에 더해 국회마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국회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같은 사업에 대해 부처들이 대립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기능과 업무가 중복됐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모적 경쟁은 기업 대학 연구소들을 헷갈리게 하고, 이들의 줄세우기로 이어져 결국 자원배분의 비효율성만 초래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지원"이라는 허울을 쓴 부처간 다툼의 본질은 오히려 민간에 대한 ''규제''에 가깝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