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공단에 있는 (주)창성의 배창환(50)사장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는 20대때 승마 국가대표 선수였다.

골프실력은 최근 69타를 칠 정도로 수준급이다.

무엇이든 시작을 하면 끝장을 보는 근성 때문에 가능했던 일.

그러나 배 사장이 지난 20년간 승부를 건 것은 승마도 골프도 아니었다.

남들은 어렵다며 거들떠 보지도 않던 금속분말 제조업이었다.

1980년 설립된 창성의 주력품목은 각종 금속분말과 연자성(軟磁性)코어.

특히 연자성 코어는 창성의 기술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다.

연자성 코어란 전기를 통하면 강한 자석이 되고 전기를 끊으면 자성을 잃는 부품.

전기전자 제품엔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컴퓨터나 이동통신 기지국 등의 전원공급장치와 산업용기기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꼭 필요하다.

연자성 코어는 지난 40년동안 미국의 마그네틱사와 아놀드사가 세계시장을 나눠 독점해왔다.

제품 특성상 대규모 연구개발(R&D)비가 들어 다른 기업은 뛰어들 엄두조차 못냈다.

그러나 창성은 달랐다.

20억원 정도를 투자해 1994년 연자성 코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창성은 이 품목 하나만으로 올해 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수출이 55억원 규모.현재 세계 시장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다.

그 비율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내년엔 수출로만 1백억원어치 이상을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연자성 코어를 창성이 개발할 수 있었던 건 과거 10여년간 각종 금속분말을 만들어온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은 기술개발에 대한 배 사장의 집념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실제로 그는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부품·소재산업의 바탕인 금속분말 기술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엔지니어에 대한 욕심도 누구 못지 않다.

이 회사 직원 2백10명중 R&D 인력은 37명.

공학박사와 공학석사가 20명이나 된다.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사장이 직접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데려오고야 만다.

"사장이 할 일이 뭡니까. 좋은 사람들 뽑아 훌륭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분위기 만들어 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난 그것에 충실했을 뿐이에요"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후 은행과 증권회사에 다니다가 나이 서른에 회사를 창업한 배 사장.

그는 앞으로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해 창성을 세계 최고의 부품·소재회사로 키우는 데 승부수를 던졌다.

(032)450-8811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