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서덜랜드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은 11일 "한국 정부가 기업.금융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국제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하는 국제자문단 회의 참석차 이날 방한한 서덜랜드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국의 2차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방향은 옳지만 개혁의지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2의 경제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선 자본시장의 완전 개방을 통한 자원배분 효율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서덜랜드 회장은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미국 골드만삭스의 해외투자를 총괄하는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 최경환 위원 =한국의 제2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전망합니까.

◆ 서덜랜드 회장 =한국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아주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그런데 경제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개혁의 모멘텀(동력)을 잃어버린 게 큰 문제였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 한국 경제는 정부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고, 저축률이 높기 때문에 위기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업의 과다한 채무, 낮은 수익성, 금융권의 부실채권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 최 위원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는 재벌개혁 정책을 추진한 결과 기업지배구조나 재무건전성에서 많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도 추가적인 재벌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데요.

◆ 서덜랜드 회장 =재벌개혁에 있어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신화''가 깨지는 등 많은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부채가 과다하고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며 내부거래가 남아 있는 등 개혁할 부분이 많습니다.


◆ 최 위원 =한국경제가 중장기적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 서덜랜드 회장 =자본시장의 완전한 개방을 통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울러 시장지향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과거와 같이 양적성장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따라서 자원배분의 효율성 증대를 통한 질적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 최 위원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에 변화가 있나요.

◆ 서덜랜드 회장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한국경제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습니다.

최근 대우차와 한보철강 매각실패는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 저하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 최 위원 =한국정부의 2단계 기업.금융구조조정을 평가하면.

◆ 서덜랜드 회장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보나 구조조정 의지가 너무 미약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경제가 생존하기 위해선 보다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현대그룹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매우 미온적이라고 봅니다.


◆ 최 위원 =WTO의 뉴라운드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은.

◆ 서덜랜드 회장 =현재 뉴라운드에 대해선 선진국과 개도국간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지요.

한국은 개방체제로부터 많은 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뉴라운드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 위원 =동남아 국가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데 이것이 동남아 제2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은.

◆ 서덜랜드 회장 =최근 각국 통화 약세현상은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의 강세로부터 연유한 것입니다.

미국 경제가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어 달러가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합니다.

따라서 세계적인 통화불안 현상은 달러 강세가 주춤해지면 진정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최 위원 =미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의 강한 달러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나요.

◆ 서덜랜드 회장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큰 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지만 미국 경제의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달러는 점차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 최 위원 =미국 경제는 역사적인 장기호황 끝에 연착륙할 수 있다고 예상합니까.

◆ 서덜랜드 회장 =새 정부는 클린턴 정부가 취했던 경제정책을 대부분 계승할 것으로 보여 급격한 정책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터뷰=최경환 전문위원
정리=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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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46년 아일랜드 출생
<>아일랜드 더블린대학 법학과 졸업
<>81~84년 아일랜드 법무장관
<>85~89년 EC(유럽연합) 경제정책위원장
<>89~93년 아일랜드 은행연합회장
<>93~95년 WTO 사무총장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 겸 BP Amoco 비상임 회장(현재) <>1989년 록펠러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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