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외환은행 행장실이 있는 15층.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주회사 통합 반대''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노조측은 "한빛은행과 통합을 반대한다"며 김경림 행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행장실을 점거하다시피하는 승강이끝에 이뤄진 면담에서 노조는 "은행장이 최고경영자로서 소신을 가지고 반대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행장은 "최고경영자로서 아직 의견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모호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1대주주인 정부와 2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 방크간에 진행되고 있는 지주회사 편입 논의 결과를 기다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취임후부터 ''독자생존''을 외쳤고 얼마전 은행경영평가위로부터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던 김 행장이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같은 시각 국민은행에서도 김상훈 은행장과 노조위원장간 만남이 있었다.

이날 급부상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설'' 때문이다.

김 행장은 그러나 ''노 코멘트''라고만 말할 뿐이었다.

김정태 주택은행장도 마치 김상훈 행장과 입을 맞춘 것처럼 대답이 똑같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두 은행간 합병은 시너지 효과가 없고 인력과 지점 축소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는데 이같은 입장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은행장들이 정부당국의 ''꼭두각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국민 주택 두 행장이 청와대에 불려갔다 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달라는 부탁을 들었다는 소문도 있다.

은행장들은 그동안 "주주의 이해에 맞지 않는 합병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을 보면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연내 우량은행간 대형 합병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압력에 무릎을 꿇은 듯한 인상이다.

정부의 압력이 시장의 평가를 감안하지 않거나 배치되는 것이라면 그 폐해는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김준현 경제부 기자 kimj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