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부 < 건설교통부 차관 k10182@moct.or.kr >


내 고향 울산 학성동과 성암동에는 선소(船所)라는 지명이 있다.

임진왜란을 전후로 어선(漁船)은 물론 전선(戰船)을 만들 던 곳이다.

이곳은 일찍이 신라시대부터 국제교류의 중심지였던 것 같다.

울산과 바로 이웃한 울주군 처용암에 얽힌 전설이 말해 주듯이 신라 향가인 ''처용가''의 주인공 처용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앞선 문명국이었던 사라센 사람이었고,이는 바로 당시 신라와 사라센 사이에 교역이 꽤 활발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30년 전 조선소(造船所)도 없이 당시 5백원짜리 지폐에 새겨진 거북선만 내보이면서 선박수주를 했다는 정주영 현대 전 명예회장의 불굴의 개척정신이 살아 숨쉬는 현대 조선도 이 지역 일대에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선소라는 지명은 울산 뿐만 아니라 광양시 진월면의 선소리(船所里)를 비롯 전남 보성 고흥 여천 그리고 경남 창령 하동 사천 등 동남해안에 널리 걸쳐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일찍이 삼한(三韓)시대부터 중국과 일본으로 통하는 해상항로를 개척하면서 외교와 함께 해상무역을 진흥시켜 왔다.

특히 백제와 신라는 북쪽으로 고구려에 막혀 중국과는 주로 해상을 통해 교류했고,이러한 해상무역은 통일신라의 장보고(張保皐)에 의해 그 전성기를 맞게 된다.

당시 장보고는 지금의 전남 완도 주변에 청해진(淸海鎭)을 설치,주변의 왜구와 해적을 소탕하고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와 멀리는 중동지역까지 뻗어나가는 해상 교역로를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역사상 세계의 모든 강대국은 바다를 개척했다.

우리도 비록 조선말에 들어 쇄국정책으로 우리나라의 국운이 쇠(衰)했지만,일찍이 해상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지리적 여건과 민족적 유산을 갖고 있다.

최근 국제화 세계화의 시대적 물결 속에 경의선 복원을 통해 TSR와 TCR를 타고 중국과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대륙진출의 꿈이 열리고 있다.

장보고의 바다와 광개토대왕의 대륙이 만나는 곳,이곳이 우리 후손이 살아갈 한반도임을 오늘 아침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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