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급성장세를 보인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이 과연 하반기이래 가속되는 경기침체를 견뎌낼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국내 최대 경매시장인 서울 평창동 서울경매장은 올들어 11월까지 12차례 경매행사를 통해 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2차례 행사를 통해 40억원을 올렸던 지난해에 비해 1회당 매출액이 무려 2.3배로 늘은 것이다.

총액으로도 23%의 신장세다.

여기다 종래 40~50대 위주였던 고객층이 20~30대로 확대되며 지난 4월에는 종전 기록의 2배에 육박하는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 낙찰가가 기록됐다.

이런 호황은 경기하락세에도 아랑곳 않고 지난 10월 명품경매 행사 때에도 지속돼 과연 오는 15~16일의 올 마지막 경매행사 때도 그러할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 명품 경매의 메카는 영국에 본사를 둔 2백56년 역사의 소더비(Sotheby"s Holdings,Inc.)다.

연간 약 6조원으로 추산되는 전세계 명품 경매시장을 크리스티 인터내셔널과 거의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해 2천1백7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전세계 1백여개 사무실과 17개 경매센터를 운영하며 약 1천회 경매행사를 벌여 5천5백여억원의 매출에 4백여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시가총액 1조1천7백억원짜리 회사다.

대중들의 온라인 경매회사 e베이와 비교하자면 매출액은 약 2배, 순이익은 약 3배, 직원 수는 1.8배, 시가총액은 10분의 1이다.

1744년 새뮤얼 베이커가 오래된 중고서적을 매매하는 데서 시작된 소더비는 1778년 창업주가 죽고 가업이 조카 존 소더비로 승계되며 소더비란 이름을 얻었다.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기원이 불명확한 그림들을 전문 고서화 딜러에게 중개매매 하는 수준에 머물던 소더비는 몰락한 유럽 귀족들이 소장품을 대거 내다 파는 과정에서 일약 세계 상류층의 최고 명품 매매회사로 부상했다.

앤서니 퀸, 커크 더글러스, 윈스톤 처칠의 부인 등 무려 1천4백명의 유명인사들과 고서화 딜러들이 최고급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참여한 1958년의 골드슈미트 세일은 소더비의 최초 경매행사였던 동시에 전문 딜러를 건너뛰어 대중을 직접 상대하는 새로운 시대를 연 역사적 행사였다.

1970년대 초 오일쇼크로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자 소더비는 종래 판매자에게서만 받던 수수료를 구매자에게서도 받는 새 수수료 부과제도 도입과 1977년 주식회사 전환 및 주식공개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1980년대 초 또다시 위기에 빠져 결국 디트로이트에서 쇼핑몰 사업으로 성공한 알프레드 타웁만에게 인수돼 미국자본에 편입됐다.

1980년대엔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일본 고객들을 상대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미국 경제가 10년간의 호황을 누린 지금도 이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10년 전의 악귀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선 지금 오래 전의 가격담합 사례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말 일본 거품 붕괴로 휘청하던 당시 1990년대 초와 중반 두 차례에 걸쳐 경매 수수료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가격담합을 했다는 혐의를 잡고 미국 법무부가 수사에 나선 가운데 크리스티측이 선처를 약속 받고 관련 증거물들을 수사팀에 지난 1월 내준 것이다.

이를 계기로 고객들의 피해배상소송도 40여건이나 제기돼 실속보다는 화려한 외양과 명예로 버텨왔던 소더비 등 명품 경매계가 모두 흔들거리고 있다.

"7년간 풍년과 7년간 기근의 반복"으로 묘사되는 관련 업계 특성만 지켜져도 소더비는 다행일 것 같다.

전문위원.경영博 shin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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