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공동으로 기존 종합금융사 1~2곳을 인수, 기업금융전담 금융회사로 운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10일 "외환위기 이후 퇴출돼 예금보험공사에 인수된 중앙, 한국, 한스, 한아름(가교)종금 등 기존 종금사 4개중 일부를 P&A(자산부채인수) 방식 등으로 비교적 싼 값에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내년 상반기중 기업금융 전담회사를 출범시킨다는 목표아래 내년 초까지 설립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우량 대기업과 공기업들로부터 자본금 1천억원 가량을 출자받아 기존 종금사 1∼2곳을 인수, 기업금융 전담회사로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며 곧 인수전담팀을 발족시키기로 했다.

재계가 공동 출자해 운영할 기업금융 전담회사는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금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조달.운용하는데 주력하고 예금유치 기능은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전경련 관계자는 밝혔다.

이 회사는 대신 기업에 대한 자금대출을 비롯해 △CP(기업어음) 할인 △리스 △M&A(기업인수합병) 및 컨설팅 △회사채 발행 주선.인수 △신용보증 등으로 업무를 특화할 계획이다.

전경련은 이같은 사업추진 계획을 지난 6일 열린 대기업 자금담당자 회의에서 밝히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 추진 배경과 전망 =전경련이 종금사 인수에 적극 나선 것은 기업금융을 맡아온 종금사와 리스사가 무더기로 퇴출된 이후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들의 기업금융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기업 자금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들이 2차 구조조정 추진과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 맞추기에 치중, 몇몇 초우량 대기업을 제외하곤 대기업들조차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금융전담 금융회사 추진방안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유수 대기업마저 루머로 금융시장에서 곤욕을 치르자 "이번 기회에 우리가 아예 금융회사를 만들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회사채시장 마비와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인한 기업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정부와 금융권에 계속 촉구해 왔으나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기업자금 사정 원활화에 도움이 되는 독자적인 기업금융전담 금융회사의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경련의 구상에 대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금융경색 해소를 위해 바람직한 대안"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재계가 공동으로 기업금융전담 금융회사를 운영할 경우 자금조달원을 다양화할 수 있는 데다 지금과 같은 신용경색 현상을 막는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혜 시비를 우려, 재벌 중심의 금융기관 설립에는 반대해 왔으나 재계의 종금사 인수 방안에는 부실 종금사 처리 차원에서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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