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안정대책은 연말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대출채권을 유동화하는 방법으로 11.3 퇴출 당시 회생판정을 받았던 2백35개사에 신규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은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최대한 살린다는 당초의 취지에도 맞는 일이다.

10조원 규모의 채권펀드를 연내에 추가 조성하고 금감원 내에 자금 애로 대책반을 설치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실효를 거두기 바랄 뿐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점들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번 조치는,정부가 어떤 형식으로건 보증을 해주거나 BIS비율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대안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의미에서의 금융부재(不在) 상황이라는 얘기로 통한다.

정부가 이번에 다시 10조원의 채권펀드를 추가로 주선하고 있는 모양새도 결코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대출채권 담보부증권(CLO) 발행 계획만 해도 그렇다.

은행들이 기존 여신을 특수목적 회사(SPC)에 매각하고 이를 담보로 채권(CLO)을 발행해 은행에 인수시켜 대출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은행이 자기 돈을 한바퀴 회전시키면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첨가할 뿐인, 하석상대(下石上臺)에 다름 아니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대출을 해주지 않으니 정부가 직접 나서게 됐고 그나마 BIS비율에 중립적인 대출 방안을 찾다보니 담보부증권(CLO)과 대출 풀링제라는 묘안을 내놓기에 이른 것이다.

불가피성이 없진 않았겠지만 은행대출에까지 정부의 직간접적인 개입이 있어야 하는 이런 상황은 그동안의 금융개혁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 차라리 BIS비율을 은행별로 차등규제하는 등 시장 자율성이 살아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

그 점이 온갖 복잡한 묘안들보다는 효과도 있고 원칙에도 맞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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