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얼마전 ''그린스펀은 브래지어 판매량에 주목해야 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주머니사정이 나빠지면 여성들이 비싼 겉옷대신 속옷 구입으로 만족하는 만큼 브래지어 매출이 경기동향을 알리는 주요지표가 된다는 주장이다.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평상시 경기흐름 파악을 위해 공식통계와 함께 거리지표, 즉 세탁소 손님이나 택시 승객수를 살피는데 앞으로는 브래지어 매출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조언이다.

경기의 상승내지 하락을 나타내는 거리지표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여성의 치마길이다.

불황땐 긴치마, 호황땐 짧은치마를 입는다는 것이다.

실제 1929년 대공황때 발등을 덮던 치마길이는 60년대후반 호황을 맞아 무릎위 20㎝이상 올라갔다.

인간과 동물의 행동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데스몬드 모리스는 ''맨워칭;인간행동에 관한 연구''(77년)에서 호황때 여성의 치마가 짧아지는 건 야생동물이 먹이가 충분할 때 털갈이를 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 즉 여유로우면 노출부위를 늘리고 싶은데서 비롯된다는 이론을 펴기도 했다.

오랫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이 이론은 여성의 바지착용이 일반화되면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길이보다는 오히려 색상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경기가 나쁘면 칙칙하고 어두운색, 좋으면 밝고 화사한 색이 유행한다는 식이다.

국내 거리가 98년 온통 회색투성이다가 99년 다양한 파스텔톤으로 바뀐 것은 대표적인 예다.

미국과 유럽에선 치마길이 대신 속옷판매량이 주목받는 모양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남자양복 매출이 중요한 거리지표라고 한다.

보통 경기침체 석달전부터 매출이 줄어 본격적인 침체기엔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의 경제위기는 또다시 IMF같은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심리에 의해 촉발되는 면이 강하다고 한다.

치마길이는 다양하지만 남성복은 안팔리고 옷색깔은 어둡고 빈택시는 늘어난다.

일부의 주장처럼 단순히 심리적 요인에 의한 건지 정말 제2의 IMF가 닥칠 신호인지 알수 없다. 너무 움츠러드는 것도 문제겠지만 거리지표를 우습게 알아도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