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모 < 한국신용정보 벤처평가팀장 >


시장은 원래 부족한 정보하에서 작동한다.

그러므로 시장참가자들은 크든 작든 정보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학습하는 주체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 손실의 크기를 줄여가는 방향으로 자신의 정보를 경신시키고 행동을 적응시킨다.

이것이 시장의 역동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역동적인 시장 안에서도 더욱 역동적이라 할 수 있는 벤처기업투자 영역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므로 제 아무리 시장의 자정작용이 기능하다 해도 거기에는 시간이 소요되고 또 그 과정에서 누군가 손실을 입게 돼 있다.

손실의 발생 자체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손실의 규모는 조금만 신경쓰면 줄일 수 있다.

얼마전의 MCI코리아 불법대출 사건은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은 코스닥 등록업체인 한국디지탈라인의 부도와 더불어 일부 계층의 돈놀이로 전락한 벤처투자의 어두운 단면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들 벤처기업은 코스닥 열풍을 등에 업고 사설펀드를 조성,지주회사경영을 비정상적 형태로 이끌어 왔다.

이런 기업이 벤처의 가면을 쓰고 지금까지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은 본질적으로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중에 유포되는 벤처기업 정보는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되어 있다.

하나같이 유망기업이라 하고 또 하나같이 세계최초라고 한다.

관련기관의 벤처기업 평가는 행정적 형식적으로 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종합적 심층적 분석을 통해 시장환경 기술력 성장성 안정성 등에 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부족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평가장치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원인은 벤처평가사업 수익모델로서의 불투명성에 있다.

99년 이후 벤처기업에 대한 공정한 가치평가를 표방하고 나선 전문평가기관 또는 웹사이트만 해도 10여개가 넘는다.

그러나 어느 곳 하나도 시장에서 인정하는 수준 높은 평가체계를 갖추고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벤처평가사업이 갖는 수익모델로서의 불안정성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평가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실로 막대하다.

현 단계에서 벤처평가에 대한 시장에서의 유인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이들 벤처기업에 대한 평가사업은 공익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는 공공재의 공급이 시장자율에 맡겨서는 절대로 자발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논리와 상당히 유사하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초기시장의 형성에 대해서만 적용해야 하는 논리다.

초기시장의 불안정성을 극복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평가모형과 검증수단을 정립하고, 벤처평가DB가 방대해질수록 평가상품의 가치는 수익체증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지나친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시장의 악순환을 지양하고 시장을 선순환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선 초기의 추동(推動)이 중요하다.

그러나 시장에만 맡겨서는 이 초기의 추동 자체를 유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고, 국내 사업성평가 노하우가 축적된 전문기관에서도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라는 공익적 자세로 벤처평가시스템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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