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시장이 무한경쟁체제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93년 서울 창동에 신세계 이마트 1호점이 들어서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할인점 시장은 그후 폭발적으로 성장,올해만도 47개의 새 점포가 문을 열어 이제 전국적으로는 1백60여곳을 헤아리게 됐다.

시장 규모도 초창기 백억원대에 머물던 것이 어느새 10조원대로 부쩍 커 버렸다.

<>성장 추이=업체별 신규 출점 계획을 종합하면 내년에는 53개가 추가로 세워질 전망이다.

할인점 2백개 시대를 맞는 셈이다.

이같은 추세로 가면 오는 2005년까지는 3백개를 돌파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외형경쟁을 자제하고 있는 월마트가 본격 공세에 나설 경우 할인점 숫자를 전망하는 일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할인점은 무서운 성장세로 백화점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백화점은 90년대들어 매출 신장률이 한자리수에 머무르면서 둔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백화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백화점은 지난해 IMF 경제위기 탈출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힘입어 20%에 달하는 고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올해는 13.3%,내년에는 한자리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시장 전체로는 올해 18조5천억원선,내년엔 20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반해 할인점은 올해 지난해보다 27.5% 늘어난 10조2천억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 이후에도 30% 이상 고성장을 지속해 오는 2002년에는 백화점 시장규모를 추월하는 "한국유통시장의 대사건"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연구소도 있다.

할인점 시장규모는 올해 10조원에 이어 내년에는 13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게 이들 연구소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생존을 건 경쟁=할인점이 3백개를 돌파하면 대략 인구 15만명당 할인점 1개가 들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기력이 다한 업체가 힘있는 업체에 자연스레 흡수되는 M&A(인수합병) 바람도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선두업체인 이마트가 선두로 질주하는 가운데 외국계인 까르푸가 그 뒤를 바짝 뒤쫓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두 업체는 토종과 외국계의 싸움에서 대표 주자로 나서고 있다.

점포수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현재 이마트는 전국에 27개,까르푸는 20개 점포망을 형성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마그넷도 일단 점포수는 17개까지 따라붙였다.

마그넷은 그러나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힘이 다소 달리고 있다.

유능한 유통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밖에 외국계인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는 홈플러스가 7개,세계 1위의 유통기업인 월마트가 6개,코스트코 코리아가 4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농산물 중심의 하나로클럽이 5개 점포로 나름대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내년 이후에도 이들간의 혈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할인점이란 업태의 운명은 여럿이 공존하기가 어렵다는게 정설이기 때문이다.

최저가격을 지상과제로 놓고 격돌하는 만큼 협상의 여지는 전혀 없다.

거대한 구매력과 상품력,정교한 물류시스템을 갖춘 업체만이 살아남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우선 관심의 대상은 월마트다.

월마트는 올해 매출 2천억 달러(약 2백40조원)를 넘어서 미국내 최대 기업에 등극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나의 유통업체가 한국 최대 그룹인 삼성의 전 계열사 매출을 합한 것보다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기업을 과소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물론 월마트가 운영하는 전세계 4천9백여개 점포 전부가 성공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공할만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휴화산인 월마트가 한국 유통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국내 할인점 시장은 재편될 공산이 크다.

할인점 시장은 이제 서서히 지난 98년 유통빅뱅에 이은 제2차 유통빅뱅의 진앙지로 변하고 있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