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통시장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소비위축, 국내외 업체간 경쟁의 격화, 백화점과 할인점간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이른바 "퓨전업태"의 출현, 합종연횡과 M&A(기업 인수.합병) 등으로 인한 판도 재편 등이 새로운 흐름을 잉태하는 요소들이다.

유통업체들은 이러한 경영여건의 격변기를 맞아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무한경쟁속 살아남기"를 도모하고 있다.

매장의 고급화와 신규 출점을 통한 다점포화가 대형업체의 전략이라면 중견업체들은 전문화와 가격 경쟁력 확보, 연계 마케팅 등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그동안 "설"로만 나돌던 빅딜이 베일을 벗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국내 진출 이래 은인자중하던 외국계 기업이 본격 투자에 나설 계획이어서 대형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체마다 자본과 인력, 지략 등에 대한 총동원령이 내려진 가운데 최종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유통대전의 막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 승부처 잡기 골몰하는 백화점 업계 =서울 명동에 자리잡은 롯데백화점 본점은 요즘 때 아닌 매장 공사로 분주하다.

공사 현장은 소다 고세 메쎄 등 19개의 국산 살롱화 매장이 있던 자리.

이들 매장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차지할 주인공은 단 하나의 업체,바로 세계적인 패션브랜드 페라가모다.

명품 브랜드 하나를 입점시키기 위해 수많은 국내업체가 "희생양"으로 바쳐진 것이다.

올들어 롯데는 화장품 코너에서 국산 브랜드를 내보낸 뒤 외국산 제품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기도 했다.

본점의 경우 지난 4월 쇼메, 6월 피아제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이는 경쟁사인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에 비해 "고급화" 측면에서 뒤졌던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상반기 본점 1층에 가죽 패션 브랜드인 "로에베(LOEWE)"를 입점시킴으로써 "화룡점정"을 이뤘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패션그룹 LVMH사의 3대 브랜드인 루이비통 셀린느 로에베 등을 모두 유치했기 때문이다.

황금상권인 서울 강남지역에 위치한 현대와 갤러리아 백화점의 본점은 수입 명품 브랜드로 채워진지 오래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업계에서 처음으로 지하 식품관에 명품 식품관을 별도로 만들어 차별화에 나섰고 갤러리아백화점은 이에 앞서 올 연초 명품관 지하에 고급 와인숍 "에노테카"를 열었다.

김정식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점장은 "요즘에는 고객을 가급적 세분화하는 추세"라며 "20,30대 고소득층을 겨냥한 명품백화점을 컨셉트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대형 백화점이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공통적인 전략은 점포망 확장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년에 미아점과 목동점을 새로 개점하며 롯데는 동래 울산 창원에 진출해 총 점포수를 현재의 13개에서 16개로 확대한다.

삼성플라자도 분당 상권에 벗어나 내년 상반기 서울에 입성한다.

중견 및 지방백화점들은 대형 업체들의 이같은 전략에 맞서 전문화.차별화를 승부수로 띄우고 있다.

중소기업 전문 백화점을 내세웠던 행복한세상은 개점 2주년을 맞는 내년에 "전문기업 명품백화점"으로 변신한다.

이를 위해 우수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 TV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법정관리중인 미도파 뉴코아백화점 등은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재도약에 나섰으며 그랜드백화점은 할인점 그랜드마트와 연계해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들 중견업체들은 수익성이 없는 점포는 과감하게 처분해 수익성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 불황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 돌풍의 진원지 할인점 =올들어 소비 시장에서 주역으로 떠오른 할인점 업계에도 지각 변동의 조짐이 일고 있다.

신세계 E마트와 외국계 까르푸가 선점했던 할인점 시장에 롯데마그넷 홈플러스 월마트 등 국내외 후발 업체들이 잇따라 진출, 각축전을 전개하고 있다.

더구나 외국계 할인점은 경기침체로 국내 업체들의 투자 위축이 예상되는 내년에 오히려 투자를 늘리기로 해 빠른 시일내 업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높다.

이들 대형점은 서구식 "창고형" 할인점이 아닌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한국형" 할인점을 표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백화점과도 경쟁이 붙어 소비시장을 대혼전으로 몰고 가고 있기도 하다.

특히 E마트 홈플러스 등은 가격을 낮추면서도 매장 시설과 서비스는 고급스럽게 해 새로운 업태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 판도 변화 이뤄지나 =이처럼 백화점 할인점 등 업태 구분이 사라지고 다국적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에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빅딜"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에는 롯데쇼핑이 모 중견 백화점과 홈쇼핑업체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돌아 관련 업계를 긴장시켰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의 이인원 사장은 12월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수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그러나 사업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가능성은 있게 마련"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업계에서는 내년에 예상대로 불황이 심화될 경우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한 업계 재편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업체인 롯데 삼성과 외국계 월마트가 업계 재편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는 중견 백화점 M L N사 등의 인수를 검토해온 것이 사실이며 최근들어서는 홈쇼핑TV 사업도 적극 추진중이다.

또 홈플러스를 유통업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삼성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세계 최대 할인점인 미국 월마트도 2년간의 시장 탐색기를 거쳐 내년에는 점포확장과 국내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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