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의 e비즈니스화가 진행되면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중의 하나가 기업들에 최적의 전산시스템을 구축,관리해주는 SI(시스템통합)사업이다.

그러나 ''첨단'' 냄새가 풍기는 이 업종은 과당경쟁 덤핑입찰 저가수주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사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공사업은 사업규모가 큰 데다 연속사업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업체들은 수익성보다는 ''무조건 따고 보자'' 식의 쟁탈전을 벌여왔다.

최근 물의를 빚고있는 국방부의 과학화전투훈련장(KCTC)사업은 국내 SI업계의 이같은 문제점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이 사업은 국방부가 1천억원을 들여 모의가상전투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국방부는 이 시스템을 여러곳에 구축할 예정이어서 업계선 사업권을 놓고 치열한 물밑경쟁을 해왔다.

지난 8월말 국방부는 쌍용정보통신을 ''조건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조건부''인 이유는 경쟁업체들이 쌍용정보통신의 입찰제안서가 입찰기준에 미달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경쟁업체였던 LG-EDS시스템은 국방부와 감사원에 민원을 접수하고 재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문제와 관련,업체들에 사실 확인 없이 지난 3일 재심의 결과 쌍용정보통신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확정했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이 회사의 규격미달 사실은 인정했다.

뒷말이 남는 것은 당연했다.

민원제기 내용을 어떻게 같은 심사위원으로 하루만에 처리했는지,민원내용을 인정하면서 동일한 사업자를 재선정한 근거가 무엇인지,감사원의 감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국방사업을 하려면 국방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업체들로서는 더 이상의 항의가 불가능했다.

국방부 담당자는 사업자 선정을 발표한 다음날에도 "할 말이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사업자를 선정하고도 심사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정부기관의 비상식적인 관행이 SI업계의 악순환을 확대재생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태완 정보과학부 기자 twkim@hankyung.com